"내년 2%대 성장" 꼬리내린 정부…20년만에 美에 역전 우려

■ 새해 경제정책방향 가닥
KDI 2.4%, 한경연은 2.1% 예상
美는 2.1%로 0.1%P 올려 대조
전기차 인프라·노후주택 매입 등
공기업 투자 늘려 내수활성화 주력
생계급여·법정공휴일 개편도 검토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2%대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민간 연구기관은 2% 초반으로 보고 있어 20년 만에 미국에 역전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 늘어날 취업자도 30만명에서 유럽 재정위기 이후 처음으로 20만 명대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수출이 당분간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내년 경제정책을 내수를 살리는 쪽으로 잡고 있다.

18일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경제정책 방향의 대부분의 안건을 확정하고 일부 쟁점에 대한 부처 간 조율을 진행 중이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성장률 전망이다. 6월 3%로 예상한 것이 2%대로 내려갈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는 그동안 3%라는 숫자의 상징성을 고려해 낙관적이라는 비판에도 고수했지만 이제는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커졌다. 정부가 새해 성장률 전망을 2%대로 제시하는 것은 지난 1999년 이후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2.5~2.7%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같거나 최대 0.3%포인트를 얹은 범위에서 제시했다. KDI는 최근 내년 전망을 2.4%로 제시했다. 2.4%로 제시하기에는 종전 3%와의 차이가 너무 크고 2% 후반은 너무 낙관적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정부는 내년 취업자 증가 예상폭도 이전의 30만명에서 20만명대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 제조업은 구조조정 압력에도 오히려 취업자를 늘려왔다. 하지만 구조조정 후폭풍에 휘말리며 제조업 일자리가 빠르게 증발하고 있다. 정부가 새해 경제전망에서 취업자 증가 폭을 20만명대로 제시한 것은 2012년(28만명) 이후 5년 만이다.

정부마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후퇴할 것으로 보이면서 미국에도 뒤질 수 있다는 진단도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에서 2.1%로 0.1%포인트 올려잡았다. 반면 KDI는 한국 전망을 2.7%에서 2.4%로 낮췄으며 이마저도 정치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아 2% 초반으로 둔화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내년 경제성장률을 2.1%로 예상했다. 한국의 성장률이 미국에 뒤진 것은 1998년이 마지막이다. 경제 규모가 커 ‘항공모함’에 비유되는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매년 적어도 3% 이상씩 성장하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을 빠르게 추격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보다도 성장률이 뒤지며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기도 전에 저성장의 터널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성장률 둔화를 막기 위해 내수 활성화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수출이 단기간에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내수라도 살리자는 취지다. 공기업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전기자동차 인프라, 공동주택 충전실 설치 확대 등에 대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노후주택을 매입해 개량한 후 서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저소득층에 지원되는 생계급여 제도도 확대 개편된다. 최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인 가구가 많아지는 가구구조 변화를 감안해 생계급여 같은 복지제도(개선)를 고민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부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고령자 1인 가구 지급액 확대 등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탁금지법의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농축수산물 소비 촉진 방안도 마련하고 골프 대중화를 위한 애로사항 개전도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법정 공휴일도 정비하는 방안도 정부는 검토 중이다. 일부 공휴일을 요일제로 바꿔 토·일·월 연휴를 보장해 국내여행 등을 장려하려는 취지다. 현재는 설·추석·어린이날에만 적용되는 대체공휴일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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