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개장 이후 첫 AI 양성, 원앙도 살처분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AI로 인한 임시휴장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폐사한 황새와 사육 중인 원앙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양성 반응이 나와 서울시가 동물원을 임시 휴장하고, 전체 조류에 대한 정밀검사를 의뢰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개장 이후 AI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서울시는 지난 16일 폐사한 황새 사체와 같은 칸에 사육 했던 원앙 등 조류 18마리를 중간 검사한 결과, 황새 사체와 원앙 5마리에서 H5 양성 반응을 보여 18일 밤 살처분 했다고 19일 밝혔다.

시는 16일 서울대공원 내 황새 2마리가 폐사해 AI를 의심, 17일 서울대공원과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을 휴장했다. 이어 황새와 같은 칸에서 사육하던 아프리카저어새·흑따오기·원앙 등 18마리의 시료를 채취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보내 검사했다. 그 결과 원앙 5마리에서 H5 양성반응이 나와 원앙 8마리를 예방적 차원에서 18일 밤에 살처분했다.

시는 “서울동물원 황새 마을 내 다른 전시장에 있는 11종 120여 마리에 대한 추가 분변검사도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한 상태”라며 “18일부터 중앙 역학조사반이 서울대공원을 찾아 감염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또 서울동물원 내 전체 조류 1,200여 마리에 대한 분변도 수거, 국립환경과학원에 AI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현재 동물원 안에는 해수 운반 차량과 긴급 공사 차량을 제외하고 모든 차량 출입도 통제하고 있다.

서울시는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조류에 대해서도 분변검사를 실시했다. 현재까지는 음성이다. 시는 어린이대공원 물새장과 들새장에 덮개를 설치, 외부 조류로 인한 감염을 차단하고 있다.


시는 철새 도래지에 대한 안전 점검에도 나선다. 야생 조류가 서식하는 한강과 중랑천 등 한강의 지천에서는 지난달 23일에 이미 조류 탐조대를 폐쇄, 조류관찰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또 철새와 근접 접촉이 가능한 강서습지생태공원·난지생태습지원·암사생태공원·고덕수변생태공원 등 4개 한강 생태공원도 전면 폐쇄, 시민 출입을 차단하고 있다. 시는 “한강 등 야생 조류 서식지 17곳에서 조류 분변을 수거해 1,055건을 검사한 결과 지금까지는 모두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음성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시민 출입 차단 한강 생태공원 현황. /자료제공=서울시
한편, 시는 AI로 최근 계란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불량 축산물 유통을 막고자 다음 달 20일까지 시·구 합동 점검반을 꾸려 식용란 수집·판매업소 233곳을 일제 점검한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AI에 감염된 닭은 깃털이 빠지지 않고 검붉게 굳어지면서 죽기 때문에 시장 출하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계란이 AI가 없는 지역에서 출하된 것인지 점검하고, 표시가 없는 불량 계란이 유통되는지 따져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AI는 주로 감염된 조류로 인해 오염된 먼지, 물, 분변 등에 묻어있는 바이러스의 직접적인 접촉으로 눈·코·입·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 공기를 통해서는 전파되지 않는다. AI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75도 이상에서 5분 만에 사멸되기 때문에 닭 등을 충분히 가열·조리하면 감염 가능성이 없다.

시는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AI에 감염된 사례는 없고, 감염된 닭이나 오리를 직접 만지거나 접촉하지 않으면 사실상 감염 위험이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 중인 H5N6형 AI는 중국에서 2014∼2016년 17명이 감염돼 10명이 사망한 혈청형과 동일하지만, 이들은 모두 감염된 닭과 오리를 만지거나 접촉했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시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보호복 1만2,276세트와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 2,700정을 확보 중이다.

시는 대규모로 닭이나 오리를 사육하는 농가는 서울 시내에 없지만, 관상용으로 조류를 기르는 55곳에 대해서도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매일 전화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출입이 통제된 강서습지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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