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 4기 평가회 교육청서 열려

전년보다 예산 40%이상 줄어도 성과는 높아
생생정보영상, 리플렛 제작해 홍보에 집중
백상경제연구원과의 협업, 올해도 효과적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프로그램 개설도 필요

지난 14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고인돌 사업 평가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채병 영등포평생학습관 사서(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 안나미 성균관대 교수, 조주희 평생교육과 주무관, 백지희 가천대 교수, 박준용 연극평론가,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인자 평생학습과 사무관, 김연정 종로도서관 사서, 이용미 마포아현분관 사서./사진=백상경제연구원


지난 14일 서울시교육청 회의실에서는 시민 인문학 아카데미 프로젝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에 대한 평가회가 열렸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03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공동으로 기획·운영하고 있는 교육사업으로 올해 4회째다. 지난 5월 25일 대신고등학교에서 열린 안나미 교수의 ‘조선의 과학이야기’를 시작으로 8개월간 서울시의 30여개 중고등학교와 서울시교육청 산하 공공도서관 22곳(분관포함)에서 200여회차에 걸쳐 다양한 인문학의 향연이 펼쳐졌다. 올해 사업의 성과를 공유하고, 미흡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한 이날 평가회에서는 강의를 맡은 강사들과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과 담당자, 도서관 담당 사서 그리고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의 기획자 등 10명이 참석했다.

고인돌 사업에 대한 홍보 및 브랜드 구축에 주력한 교육청은 홍보용 동영상인 ‘생생정보영상’과 리플렛을 처음 제작해 각 도서관에 배포, 시민들에게 강좌를 안내했다. 이은자 사무관은 “2015년 대비 예산이 40% 이상 줄었지만 성과는 높았다”면서 “백상경제연구원과의 협업으로 고인돌이 서울시교육청 인문학 강좌 사업의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올해 고인돌은 학교로 찾아가는 프로그램 33강좌(100회차), 성인 대상 도서관 프로그램 20강좌(85회차) 등이 열렸으며, 참가한 수강생은 지난해와 비슷한 1만 3,000여명 수준이었다. 특히 올해는 학생 강좌가 성인 강좌보다 더 많아 학생들에게 교과과정 외의 인문학적 지식과 교양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새로 개설된 강좌 중에는 미술실기와 인문학을 접목한 ‘손으로 생각하기’ 조선시대의 과학사를 소개한 ‘조선의 과학이야기’ 영화와 연극을 비교해서 소개한 ‘영화가 죽어도 못 따라 오는 연극의 매력’ 등이 인기를 끌었다.


신명중학교에서 ‘손으로 생각하기’를 맡은 백지희 교수는 “강의안을 만들 때 인문학과 미술 실기를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면서 “참가한 학생들이 처음에는 ‘저는 미술을 못해요’라고 하면서도 자화상을 그려내고, 책을 읽고 이미지를 형상화해 이야기를 지어내는 등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미술강의가 낯선 학생들도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고 신기해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채화나 유화를 가르치는 본격적인 미술 실기 강의가 아니라 생각을 하면서 손을 많이 쓰도록 했다”면서 “손을 쓴다는 것은 곧 뇌를 쓴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미술로 생각을 이미지화하는 과정을 즐기고 또 결과물을 보며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개선해야 할 점도 나왔다. 먼저 수강생의 수준별 모집에 관한 것. 참가 목적이 같은 집단끼리 모집을 해야만 강사가 그들의 수준에 맞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학교로 찾아가는 강의 중에서 자발적인 참가자와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이 한 공간에 모인 경우가 있다. 강의 집중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강사가 강의 수준을 맞추기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박준용 평론가는 “자발적, 비자발적 참가자를 구분해서 모집하지 않으면 강의를 진행하기가 어렵다”면서 “참가한 학생들의 기대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발적 참가자는 진지하게 몰입하지만, 비자발적 참가자는 산만하고 소란스러워 강의 분위기를 흐려놓게 된다”고 말했다. 대신고에서 ‘조선의 과학이야기’를 세차례 강의 한 안나미 교수는 “1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라도 자발적으로 참가할 경우에는 어려운 한자가 나오거나, 낯선 지도가 나와도 관심이 높았다”면서 “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다는 학교 관계자 설명을 듣고 나니 진지한 학생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인돌이 도서관 이용자의 저변을 넓히고 지역 학교에 도서관을 알리는 효과가 크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용미 마포아현분관 사서(주무관)는 “고인돌사업을 신청해서 강좌를 개설해 본 학교는 재신청율이 높지만 한 학교에 편중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라면서 “지역의 새로운 학교에 소개하면 도서관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올해 처음 증산중학교에서 강의를 했는데 학교 측 반응이 좋았고 학생들 만족도 역시 높았다”고 말했다.

강좌에 대한 사전 설명회가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백상경제연구원은 지난 3년간 축적된 강의만족도 조사 결과를 분석해 강사별 강의 특징, 선호도가 높은 수강생의 성별과 연령층을 분석해 강사와 강좌에 대해 소개했다. 종로도서관 김연정 사서(주무관)은 “40여개의 프로그램에서 어떤 강좌가 우리 도서관에 맞는지 고르는 작업이 쉽지 않았는데, 지난 4월 담당 사서들을 대상으로 열린 사업설명회가 큰 도움이 됐다”면서 “대형 강의에 맞는 강사, 계층별로 만족도가 높은 강사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나니 선택하는 데 훨씬 수월했다”고 말했다. 이용미 사서는 “고인돌 프로그램은 마치 강좌 백화점 같아서 주제가 다양하고 강사도 풍부해서 도서관에서 강좌 개설하는 데 큰 힘이 된다”면서 “특히 지역 학교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 놓으면 마치 한 상 차려서 펼쳐놓은 것 같아서 자부심이 든다”며 활짝 웃었다.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프로그램 등 학교를 찾아가는 강좌를 더 확대해 나가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은자 사무관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도서관은 지역학교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 “내년에도 학교 대상 강좌를 좀 더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연정 사서는 “자유학기제와 연계할 수 있도록 횟수가 10회차 이상의 강좌도 필요하다”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16차시로 한 학기 강좌로 개설해 줄 수 있냐는 문의가 있다”고 말했다. 백지희 교수는 “체험활동 프로그램이 더 많이 개발되었으면 한다. 예술 체험을 하게 되면 어른이든 청소년이든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면서 “성인 강좌에서도 체험활동이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성인들의 모습을 보고 체험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체험활동을 한다면 장기 프로그램 개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준용 평론가는 “연극의 경우 연극과 영화를 비교 설명하는 매체론 강의와 연극을 직접 체험하는 강의를 개발한다면 학생들이 즐겁게 참가할 수 있는 강좌 개발할 수 있다”면서 “학기 단위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 학생들의 몰입도 역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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