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이 공동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165.4%로 2015년 157.5%에서 1년 사이 약 8%포인트나 급등했다. 비교 가능한 2010년 이후 가장 높다. 종전 최고치는 2013년의 160.5%였다. 경기 부진으로 가계 소득은 제자리를 맴도는데, 너도나도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하면서 급등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약 130%)에 비해서도 35%포인트 이상이나 높다.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늘고 있다. 가처분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 비중은 2015년 현재 26.6%로 2014년에 비해 2.6%포인트 상승했다. 역시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다. 가계가 가처분소득 중 4분의 1 이상을 고스란히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는 의미다. 빚 갚는데 많은 돈을 쓰다 보니 구조적인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계 빚이 부담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70.1%가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매우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20.4%, “약간 부담스럽다”는 대답이 49.7%를 차지했다. “부담스럽다”는 가구 중 저축 및 투자,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대답은 74.5%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자영업자의 재무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자영업자의 가처분 소득대비 부채 비율은 올해 214%로 지난해(206%)에서 상승했다. 자영업자가 1년 내내 번 돈을 다른 곳에 한 푼도 안 쓰고 빚 갚는데 써도 전체 부채의 절반도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청탁금지법, 정치 불확실성 등으로 자영업 경기가 급랭하는 가운데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까지 커져 자영업 부실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