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도 붙은 한미 금리역전...'코리아 ATM 리스크' 오나

10년물 이어 5년물까지 美보다 금리 낮아져 이례적
단기금리마저 역전땐 외국인 엑소더스 현실화 우려
美 추가 금리인상 전망 내년 하반기가 분수령 될 듯
금리 獨·日보다 높아 여전히 매력...외국인 이탈 없어
强달러는 변수...엔·달러 환율 120엔 넘을땐 부담될것

한국과 미국 간 채권금리 차이가 10년물에 이어 5년물까지 역전되는 등 한미 간 금리 역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발 인플레이션을 의미하는 ‘트럼플레이션’과 지난 14일 미국의 금리 인상 결과로 분석된다. 강달러 추세도 영향을 미쳤다. 한미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한미 시중금리의 역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외국인의 한국 이탈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미국의 추가적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내년 하반기에는 외국인 엑소더스 문제가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투자협회 고시금리를 보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110%에 마감했다. 전날 2.558%에 마감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보다 44.7bp(1bp=0.01%포인트) 낮다. 미국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6월부터 꾸준히 동일한 만기의 한국 국고채 금리를 앞지르고 있으며 금리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금리 역전 현상이 5년물까지 전염됐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현금인출기(ATM)라고 불리는 한국에서 돈을 빼 미국으로 유턴하는 자금 수요의 압박이 거세진다는 의미다. 5년물 금리는 이날 1.832%에 마감했다. 동일 만기 미국 국채보다 약 20.6bp 낮다. 5년물 금리 역전은 연준의 금리 인상과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 소식이 전해지기 하루 전인 13일부터 시작됐다. 채권시장에 이례적으로 발생한 현상이지만 외국인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이탈할 조짐은 없었다. 시장금리인 3년물은 여전히 한국 금리가 높지만 그 차이는 지난달 말 31.8bp에서 21일 12.7bp까지 좁아졌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의 채권금리가 역전된 것은 우선 양국의 통화정책 방향성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점도표상 기준금리 3회 인상을 전망한 게 실현되고 한국은행은 동결하면 기준금리도 역전되는 상황이라 시장금리의 역전 현상은 앞으로도 불가피해 보인다는 평가다. 한은은 국내 경기전망이 좋지 않아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번만 더 올려도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미 국고채 1년물 금리가 외국인들의 자금조달 금리인 리보(LIBOR)보다 낮아 외국인의 원화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은 다소 훼손된 상태”라고 말했다.


채권 딜러들은 장기물인 10년과 5년에 이어 3년마저 역전된다면 외국인 엑소더스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역은 “10년물 역전은 종종 발생하곤 했다”며 “그러나 외국인이 원화 채권을 거래하기 위해 달러화를 바꾸는 과정에서 외환 스와프 거래가 이뤄지는 2·3년물 이하 단기금리까지 한미 간 역전이 이뤄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서 집계하는 외국인의 원화 채권 보유잔액을 보면 19일 현재 89조2,244억원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기 직전인 13일 88조9,430억원으로 연중 최저였으나 이후 되레 늘었다. 원화 채권 비중이 많은 템플턴펀드가 올해 들어 꾸준히 비중을 줄였지만 그 외 외국인의 뚜렷한 이탈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 역시 금리 역전과 달러 강세가 잠재적 불안요소임은 맞지만 당장 큰 문제는 아니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한국 금리는 미국보다 낮을 뿐 독일·영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 금리보다 여전히 높아 세계 금융시장에서 여전히 매력이 있다”며 “지금 역전됐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국내 금리가 오르면서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할 때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더 많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채권투자에 가장 큰 변수인 달러화 가치가 계속 강세이기 때문에 외국인의 흐름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각종 불확실성이 사라져도 통화가치의 변동성은 하나의 위험요소”라며 “강달러 기조에 엔·달러 환율이 120엔 이상 오르면 국내 채권시장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직 시장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잠재적 리스크”라고 말했다.

/박준호·김상훈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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