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우리 명품(名品)의 탄생을 바라며

김진면 휠라코리아 사장



명품(名品)의 정의, 명품을 보는 시선은 문화와 국가·시대별로 차이가 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유독 명품은 곧 값비싼 사치품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유럽 등 해외에서 명품은 해당 값어치를 기꺼이 지불할 만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인식된다. 명품의 개념을 단순한 가격이 아닌 가치에 둔 것이다. 최근 우리 소비자에게도 명품이 이러한 의미, 단어 그대로의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해외에서 명품으로 인정받는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다. 첫째, 그 문화권에서 독특한 기술 혹은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점이다. 명품의 반열에 오른 브랜드들은 고유한 역사를 지녔고 대부분의 제작 공정이 수작업으로 시작됐다.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숙련된 장인들이 만들기 시작한 것이 모든 명품의 출발점이다. 둘째, 긴 역사 속에서 자신만의 차별화된 유산(heritage)을 지니고 있다. 단순히 연혁이 오래됐다고 명품이 될 수는 없다. 시대가 변해도 살아 있는 가치를 지녀야 한다. 이 가치는 시대에 맞게 트렌드로도 이어진다. 유구한 역사를 기반으로 이뤄낸 유산은 여타 브랜드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고유한 상징으로 힘을 발휘한다. 셋째,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가 있다. 요즘 마케팅에서 ‘스토리텔링’ 기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확고해진 브랜드 정체성이 없다면 소비자가 느끼는 스토리의 힘은 약할 수밖에 없다. 대를 이어 물려받은 아버지의 시계, 그 시계를 아들이 차게 되면 예전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했던 아버지의 좋은 시절, 행복했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계를 매개로 아버지와 아들은 유대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스토리를 공유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트렌드를 이끌어내는 디자인이다. 명품이라 불리는 제품들의 기본 디자인은 예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대가 변하면서 소재나 디테일은 강화됐겠지만 핵심인 디자인 요소는 그대로 이어간다. 일관되고 차별화된 디자인은 시대가 변해도 유행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이렇게 명품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제품, 브랜드는 단순히 기능적 우수성이나 보이는 것만이 아닌 명품의 반열에 오를 수밖에 없는 제반 요건들을 갖추고 있다. 앞서 열거한 명품의 조건은 고가의 패션 브랜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휠라 브랜드가 100년이 넘는 역사에서 비롯된 이탈리아 고유의 헤리티지가 바탕이 돼 다시 소비자에게 그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있음을 체험하며 이 요건들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많은 제품, 브랜드에 둘러싸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명품은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브랜드의 시대, 단 가치 있는 브랜드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 전략을 통해 국가 위상과 품격을 높이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지난 2009년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설치했다. 단순히 제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브랜드의 중요성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품이 나오기 시작한 만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그리고 국격(國格)을 높일 수 있는 더 많은 우리 명품의 탄생과 발전을 갈망한다.

김진면 휠라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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