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꾸준한 주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방산업체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이 재무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내놔 주목된다. 특히 연말 들어 잇따라 전해지고 있는 신규 수주가 오히려 실적 변동성을 키워 수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1일 NICE신용평가가 발표한 ‘국내 방위산업의 특징 및 방산기업 신용위험 이슈 점검’ 보고서는 “국내 방산업체들이 국방예산 집행 시기에 따라 단기 운전자금 부담이 높아지며 재무 안정성이 위협을 받고 있다”며 “특히 단기 국방 사업의 경우 제품을 인도할 때 매출을 인식함에 따라 선투자분에 대한 청구 및 회수가 지연된다”고 지적했다. NICE는 이런 재무 부담으로 일부 방산기업의 경우 운전자금 부담이 증가하는 시기에 기업어음 등 단기차입금의 활용이 높아져 재무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한국항공우주(047810)의 주가는 이달 3건의 수주계약을 바탕으로 이달 들어서 5.48% 상승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보여줬던 강한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연이은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따라 내년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한국항공우주의 주력 헬리콥터인 ‘수리온’의 2차 양산 물량에 대한 납품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신규 수주 우려가 해소되며 수주 잔액도 17조7,000억원까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대형 프로젝트가 한국항공우주의 재무 안정성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NICE는 지적했다. K-FX(한국형 전투기 사업) 등 대규모 개발사업 자금 소요와 대형 프로젝트 수주 여부에 따른 영업실적의 변동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영호 NICE 선임연구원은 “K-FX도 개발비가 수조원에 이르며 수주 추진 중인 T-X사업(미국 훈련기 사업) 역시 1차 사업 규모만 10조원”이라며 “사업지연·시행착오 등이 발생할 경우 영업실적에 변동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재무상황에서도 한국항공우주의 순차입금 의존도는 지난해 말 15% 수준에서 9월 25%대까지 올라갔다.
한화테크윈(012450) 역시 주식시장과 신용평가사의 의견이 엇갈린다. 주식시장에서는 엔진부품과 방산 분야에서 고부가 해외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 중장기적 실적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평가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롤스로이스 등과 항공기 엔진부품의 대규모 장기 계약이 잇따르고 방산 부문에서는 폴란드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맺었다”며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로 올렸다. 반면 NICE는 인수합병에 따른 과중한 차입금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올해 한화디펜스와 한화시스템 지분 인수를 위해 각각 6,950억원, 2,880억원 등 9,890억원을 지출했지만 한화종합화학과 한국항공우주 지분 매각으로 7,214억원 정도만 조달하며 총차입금이 지난해 말 5,000억원 수준에서 9,500억원으로 늘었다. 동 연구원은 “한화테크윈이 지속적인 투자 추세를 고려할 때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LIG넥스원(079550)은 유도무기 분야에서 우위에 있지만 다른 방산업체들이 시장 진입을 꾸준히 노리고 있어 경쟁의 심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NICE는 “유도무기 분야 내 경쟁 지위 유지 여부가 향후 영업실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