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젊은 조직으로 변화하겠다는 최태원 SK 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조 사장은 1960년생으로 올해 56세다. SK와 비슷한 그룹 컨트롤타워가 있는 기업의 수장이 60대 중반인 점을 감안하면 단숨에 조직 연령을 10살 이상 끌어내린 셈이다.
당초 SK 내부에서는 김창근 의장 체제를 1년간 더 유지해 불안정한 대내외 경영 여건을 극복하고 내년 말 세대교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최 회장은 “지금 당장 변화하지 않으면 돌연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대대적인 변화를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과 조 사장은 1960년생 동갑으로 초등학교, 대학교(고려대) 동기 동창이라는 개인적 인연도 갖고 있다.
세대교체에 더해 신성장 사업을 반드시 발굴하겠다는 SK의 경영철학이 담긴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조 의장은 지난 2013년 SK㈜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뒤 바이오·반도체·에너지·정보기술(IT) 등 SK가 관여하고 있는 사실상 전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일궈냈다.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는 지난해 11월 반도체 특수가스 세계 1위 업체인 SK머티리얼즈(옛 OCI머티리얼즈) 인수를 성사시켰다.
조 의장은 당시 SK 측 협상팀을 이끌며 중국 등 경쟁 업체를 따돌렸다. 또한 올해는 SK그룹의 SK에어가스 인수와 일본 트리케미칼 합작법인(JV)인 ‘SK트리켐’을 설립하기도 했다.
바이오·제약 사업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지난 몇 년 동안 적자를 내왔던 SK바이오팜은 올해 흑자 전환이 확실시된다.
오는 2018년에는 기업공개(IPO)를 진행해 투자자금을 끌어올 계획이다. 삼성 등 경쟁사들이 상장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것과 같은 전략이다. SK바이오텍은 올해 매출 1,000억원 돌파를 시작으로 2020년 매출 1조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 의장이 SK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이라는 점도 의장 선임의 배경으로 꼽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성장동력을 이끌 때는 이 사업이 몇 년 내에 흑자를 거둘 수 있다는 식으로 윗선에 확신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대전략을 세울 때는 ‘기술통’보다 재무통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 역시 이 같은 측면을 두루 고려해 조 의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에 더해 이번에 새롭게 신설한 전략위원회 위원장도 맡아 ‘슈퍼 의장’으로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SK의 한 관계자는 “조 의장이 실리콘밸리식 자율성과 수평 조직문화에도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 SK에 전면적인 쇄신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