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의술보다는 인술’를 펴는 낭만적인 의사들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왜 열광할까?
우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공평한지가 드러나면서 드라마의 배경인 ‘병원’으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고 원칙을 고수하는 닥터 김사부(한석규)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김사부’는 ‘거대병원’의 촉망받던 천재 의사였지만 한 사건을 계기로 돌담병원이라는 분원으로 좌천돼 부용주라는 자신의 진짜 이름을 숨긴 채 가명 ‘닥터 김사부’로 의사생활을 이어간다. 80년대 수준의 열악한 의료 장비를 가지고도 놀라운 수술 실력을 보여주는가 하며 ‘환자는 모두 평등하게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는 소신으로 경제·사회적 지위를 막론하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진료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 즉 정의를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김사부’는 정의로운 김사부만을 부각하고 주입하는 단순하고 단편적인 드라마는 아니다. 흙수저로 태어나서 오직 성공만을 위해 아등바등하다 좌절하는 ‘속물’ 닥터 강동주(유연석 분)는 김사부와 대조를 이루는 동시에 휴머니즘과 인간성을 회복하는 김사부의 제자로 그려진다. 그를 통해 권력과 부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본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도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 드라마의 미덕이다.
또 ‘김사부’는 부와 권력을 지닌 자들의 ‘갑질’과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환자들의 형편, 그리고 메르스 등 사회적 이슈를 세밀하면서도 입체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의학 드라마가 종종 범하는 실수인 ‘멜로 라인’ 과잉도 능숙하게 피해갔다. 닥터 강동주와 닥터 윤서정(서현진 분)의 멜로가 그려지기는 하지만 적절한 분량에 내용 전개 역시 자연스럽다는 평가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의학 드라마가 시청률을 의식해 종종 멜로로 빠지면서 서사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나 ‘김사부’에서는 의학과 멜로의 비중을 적절하게 배치해 의학 드라마도 살고 극중 멜로도 살렸다”고 분석했다.
사회와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동시에 통쾌함마저 선사하는 강 작가 특유의 대사들도 드라마의 인기를 더한다. “진짜 복수 같은 걸 하고 싶다면 그들보다 나은 인간이 되거라. 분노 말고 실력으로 되갚아줘”, “네가 시스템 탓하고, 세상 탓하고, 그런 세상 만든 꼰대들 탓하는 거 다 좋아. 좋은데 그렇게 남 탓 해봐야 세상 바뀌는 거 아무것도 없어”, “환자의 인권? 의사로서의 윤리강령? 내 앞에서 그런 거 따지지 마. 내 구역에선 오로지 하나밖에 없어. 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린다. 다른 건 그냥 다 엿 많이 잡수시라고 그래라.”
여기에 배우 한석규의 연기는 두말 할 것도 없고,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을 통해 스타 반열에 오른 서현진, ‘응답하라 1994’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지만 ‘응답의 저주’에 시달리며 차기작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던 유연석, 수간호사 역의 진경, 돌담병원 행정실장 역의 임원희, 거대병원 이사장 역의 주현 등 조연들의 연기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