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강세장 복병 떠오른 달러강세... 외국인 매매패턴 달라지나

12월 원화 약세불구 외국인 순매수 기조 유지
긍정적 증시 전망에 환차손 감내하고 투자
삼성전자 나흘째 외국인 차익실현 부담
추가적 강달러이어지면 증시수급 제약

원·달러 환율이 3.9원 올라 9개월 만에 1,200선을 돌파 1,203원으로 장을 마감한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후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했던 달러 강세가 지속되며 외국인들의 매매패턴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원·달러 환율이 1,203원으로 지난 3월 이후 처음 1,200원대에 올라섰음에도 예상보다 외국인투자가들의 자금이탈이 큰 폭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부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서며 이틀 연속 1,427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고 특히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20일부터 나흘째 차익실현에 나서며 428억원어치를 팔아치웠지만 시장은 예상보다 안정세를 유지했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17포인트(0.01%) 오른 2,035.90으로 마감했다. ‘달러 강세=외국인 자금 이탈’이란 우려가 현실화되지는 않은 셈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수출의 회복세와 인플레이션 기대감, 실적 및 배당 등 국내 펀더멘털 관련 상황이 긍정적인 만큼 외국인들이 환차손 부담을 감수하고 증시에 남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달러 강세는 경기 모멘텀 약화와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져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올해 12월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35원40전 올랐지만 코스피지수는 되레 2.62% 오르며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 같은 시장 흐름은 달러 강세에도 외국인 자금이 큰 움직임 없이 증시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 7,453억원의 누적 순매수를 기록하며 매수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이현주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이 늘어나고 원화 약세로 원화자산의 환차손이 발생했지만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것은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SK증권(001510)에 따르면 외국인의 벤치마크 지수로 대형주 위주로 구성된 MSCI Korea 지수의 올해 수익률은 11%인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그리 나쁜 성적표가 아니다.


향후 증시 방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수출 지표와 실적지표 등 펀더멘털을 좋게 보는 측에서는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지난 20일까지의 12월 수출액 잠정치가 전년 동기 대비 11.6%나 증가했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4·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32조4,639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1% 상향됐다. 국제유가도 상승세고 물가지표도 나쁘지 않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환율 문제만 아니었으면 더 랠리를 펼쳐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환율이 심리적 측면에서 지수의 추가적 상승세를 막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에 대한 시장의 부담이 여전히 시장 상승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병현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포지션이 롱(매수)과 쇼트(매도)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며 “추가적 강세 기대감과 레벨 부담감이 공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달러 강세가 계속된다면 외국인들의 환차손이 기대이익보다 커질 것이라며 이 경우에는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결국 달러 강세가 추가로 지속된다면 주식시장에도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위안화 환율 절하의 지속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종목 선택에 있어서는 외국인투자가들이 주로 사들인 화학·IT·은행 등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IT의 경우 반도체 업종이 메모리반도체의 가격이 오르면서 실적 호조가 예상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도 글로벌 업체들의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를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은행은 금리의 상승세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은택 팀장은 “향후에도 IT 위주의 주가 강세가 예상된다”며 “아시아 신흥국 증시나 글로벌 IT 하드웨어 업종에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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