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재계 '방패 경영'

"복합위기에 불확실성 증폭"
삼성·현대차 등 10대 그룹
부채축소·비주력사 매각등
방어적 경영전략 마련키로

대기업들이 국내외 복합위기로 불확실성이 증폭됨에 따라 내년도 경영전략을 방어적으로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먹거리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M&A), 대규모 시설투자 등 공격적으로 나섰던 기존 경영전략에서 한발 물러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방패경영’에 돌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10대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들은 전략부서를 중심으로 내년도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부채비율 축소 △비주력 계열사 매각 △차입금 상환 △무리한 외형확장 자제 등을 우선순위에 올려놓았다. 26일 LG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신규사업에 대한 M&A, 대규모 시설투자로 부채비율이 꾸준히 상승한 측면이 있다”며 “글로벌 경영여건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내년에는 재무건전성에 무게중심을 두는 등 방어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실탄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내년에도 70조원가량의 순현금을 유지할 방침”이라며 “실탄을 비축해놓았다가 시의적절한 기회가 오면 지속성장을 위한 시설투자와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M&A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인 9조4,000억원을 투입해 자동차 전자장비 기업 하만을 사들인 것처럼 선(先)현금확보, 후(後)시설투자 프레임을 짜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내수침체로 올해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현대차그룹은 투자지분 매각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현금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보유현금이 15조원으로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편이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자동차 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KAI 지분 4.85%를 처분해 3,000억원을 마련했고 지난달에는 2011년 이후 5년 만에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도 발행했다”고 말했다.

중단 없는 구조조정에도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철강·자동차·생활가전 등 북미 지역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산 품목을 겨냥해 전방위적인 공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구조조정 목표 건수 149건 중 3·4분기까지 98건(65.8%)을 달성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발(發) 철강 공급과잉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철강 이외의 외형확대를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쉼 없는 구조조정으로 재무구조를 굳건히 하고 철강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본부장은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와 내수침체로 대기업들이 내년에는 공격경영에 나서기보다 생존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며 “외연을 확대하기보다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면서 내적 성장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명·한재영기자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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