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장기요양기관이 한 해 1,039건의 위법행위와 270건의 노인학대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평가대상 장기요양기관 43% 이상이 부실할 정도로 영세한 데다 관리 감독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6일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장기요양기관의 핵심업무를 전산화해 통합관리하고 퇴출을 쉽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종합 개선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복지재정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분야 부정수급도 높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전달체계에서의 누수가 없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불법?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도입 이후 급증한 장기요양기관은 국고와 장기요양보험료, 본인 부담금을 재원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1만 8,000개의 기관에서 48만 명이 이용했으며 연간 보험금만 3조 9,00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 8월까지 합동 조사한 결과 부당청구 의심 장기요양기관 681개 중 523개 기관에서 부당청구 등 총 1,039건의 위법 행위가 확인됐다. 부당청구한 금액만 158억 원(941건)에 이르렀고, 본인부담금 불법 감면(85건), 식품위생 불량(13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장기요양기관의 재무회계가 불투명해 종사자의 요양급여 제공기록을 조작하기 쉽고 본인부담금 납부 여부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 업무 정지 받은 요양기관이 다른 사람 명의로 새로 등록해 수급자를 편법 이전하거나 친인척을 종사자로 허위 등록해 요양급여 등 각종 국가 지원금을 타간 사례가 적발됐다.
건강보험공단의 정기 평가 결과 43.7%는 5단계 등급 중 4~5단계에 해당해 부실 우려가 높았다. 등록 요양기관 중 18.6%가 수급자가 없어 사실상 휴업 중이었다. 정부는 부실 기관이 난립한 것은 사실상 신고제로 운영하는 등 설립이 용이한 반면 부실 우려 시설에 대한 지정취소 근거가 없고, 업무 정지 처분을 받아도 새로 설립해 편법 영업할 수 있는 등 퇴출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세한 장기요양기관에서는 의식주가 불량한 방임과 정서적·신체적·성적·경제적 학대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정부 조사 결과 요양 보호사가 야간 근무 시 귀찮게 한다는 이유로 노인을 폭행하거나 입소자 방문을 끈으로 묶어놓고 시설을 비웠다. 부패한 식재료를 보관하거나 노인에게 부상을 입힌 후 예금을 무단 인출 하여 치료비로 사용하기도 했다. 여러 명이 사용하는 다인실에서 가림막 없이 기저귀를 교체한 사례도 있었다.
정부는 종합대 방문요양서비스 제공 시 서비스 시작과 종료시점을 건강보험공단에 실시간 전송하는 전자관리시스템을 모든 방문서비스 기관에 의무화 하기로 했다. 불법 감면이 빈번한 본인부담금 수납현황을 지자체에 전산보고하고 각종 결산서류는 전산화해 건보 자료와 비교 검증하기로 했다. 부당청구나 노인학대 이력을 공표하는 등 운영실태 공개를 통해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폐업한 장기요양기관으로부터 수급자를 이전 받을 때는 과거 이력을 따지고, 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으면 급여비용도 깎기로 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