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작업에 참여하는 인력이 AI 바이러스에 사실상 직접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 등 살처분 민간 인력의 현황이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2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AI 발생 41일째인 전날 기준 살처분 및 매몰 등 처리 작업에 투입된 인력은 공무원 3,400여 명, 민간인 1만9,000여 명(누계)에 이른다.
이동통제초소 등에 투입된 인력까지 포함하면 동원 인력은 7만여 명을 웃돈다. 이 가운데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간 인력은 해당 지역 내 인력소개소 등을 통해 동원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I 여파로 확진 및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되는 가금류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이마저도 부족한 실정이다.
살처분 인력 한 명당 하루 평균 500마리 정도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과 전국적으로 매일같이 평균 65만 마리씩 살처분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 1,300명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한정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당국은 모든 살처분 인력에 대해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를 복용하도록 조치하고 있는데, 여러 번 살처분에 동원되는 사람이라도 타미플루의 부작용 등을 고려해 한 명당 최대 12주까지만 복용할 수 있다.
그 이상 되면 약 복용이 불가능해 살처분 현장에 추가 동원이 불가능하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인력난으로 살처분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살처분 인력 동원은 기본적으로 지자체가 주관하고 있지만, 워낙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천안이나 안성 등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이른바 ‘AI 기동타격대’까지 투입할 정도다.
문제는 민간 인력의 경우 AI에 감염된 가금류에 직접 노출돼 AI 확산의 실마리를 제공할 위험이 크지만, 당국은 국적 등 민간 인력에 대해 정확한 집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민간인 중 외국인 근로자가 30~40%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정확한 국적은 아직 집계 중”이라며 “살처분 투입 인력 중 한 곳이 아닌 여러 농가에 동원되는 경우도 있는 등 전체 누계 인원 중 중복된 인원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연말까지 중복인원을 빼는 등 전산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특히 외국인 근로자 등 일부 민간 인력들이 방역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살처분 인력이 바이러스에 직접 노출되다 보니 이들에 대한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실제 감염자가 17명이 발생했고 이중 10명이 사망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I 가금류에 직접 접촉한 고위험군, 즉 발생농장 종사자, 살처분 작업자, 대응요원 등은 산발적인 감염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농장 종사자와 살처분 작업 참여자에 대한 철저한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현재까지 살처분 투입 인력 중 32명이 인플루엔자 증상을 신고했지만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으며, 인체 감염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10일 정도인 점을 고려해 살처분 후 5일째와 10일째 되는 날 각각 관할 보건소에서 의무적으로 전화를 통해 미열, 기침 등 이상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등 고위험군 1만3,000여명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본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들 역시 주로 업체 통해서 소개되기 때문에 그중 한두 명이 한국어를 할 수 있어 이들을 통해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라며 “인체 감염 가능성은 작지만 위험에 노출된 인력은 가벼운 콧물 증상만 있더라도 신고하도록 하는 등 경미한 증상까지도 전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