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츤데레'현상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도대체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 신조어다. 대부분 중년들은 인터넷이나 TV에 나오는 신조어를 그때그때 사전 찾듯이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이 다반사다. 이처럼 익숙지 않은 신조어 중 하나가 ‘츤데레’다. 새침하고 퉁명스러운 모습을 나타내는 일본어 의태어인 ‘츤츤(つんつん)’과 달라붙는 모습을 표현하는 ‘데레데레(でれでれ)’가 합쳐진 말이다.


겉으로는 쌀쌀맞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잘 챙겨주는 속이 깊고 다정한 사람을 뜻한다. 지난 2000년 전후의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미소녀 게임 등에 사용되면서 처음 등장하지만 우리에게 전파된 이후 확산 속도는 일본 못지않을 정도였다. 초기에는 매력적인 여성 연예인상을 의미했으나 나중에는 남성이나 일반인 등 분야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사용됐다. 오히려 이슈가 되는 인물이나 대상에 ‘츤데레’적 요소와 해석을 가져다 붙이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리말로 ‘새침데기’ ‘부끄럼쟁이’ ‘새치미’ 등의 바꿔 부르는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츤데레’라는 말 속의 반전(反轉)적 요소를 축약시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몇몇 단점이나 부정적 요소가 크게 부각돼 그동안 쌓은 좋은 이미지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부정성의 효과)’이 ‘츤데레’에서는 반대로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즉 평소 막말을 하는 연예인이 알고 보니 후배를 잘 챙기고 가정적으로는 부정(父情)이 깊은 사람이라 ‘츤데레’ 매력이 있다는 식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올 한 해 이 포탈의 국어사전에서 가장 많이 찾아본 신조어가 ‘츤데레’라고 한다. 대부분은 이 말뜻을 아는 10·20대가 아니라 그 이상의 세대들이 찾아봤기 때문일 것이다. 언어를 마구잡이로 재단한 인터넷 신조어, 그것도 일본말이 우리 사회에 너무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은 아쉽다. 허나 아들·딸 세대에 좀 더 다가서려는 중년 이상 세대의 ‘소통’의 노력 또한 신조어 검색 1위의 배경이기도 하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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