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또는 소수의 기업에 의해 시장이 지배되는 독과점 시장에서 적절한 외부 가격 조정 기능이 없으면 경제가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1970년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의한 오일쇼크를 생각해볼 수 있다. 1970년대 OPEC의 회원국인 주요 원유수출국들은 독과점 이윤을 얻기 위해 원유 생산 제한 및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는 경제성장률 저하, 물가 급등, 국제수지 악화 등 경제적 혼란을 겪게 됐다. 가격통제 기능이 없는 상황에서 독과점적 성격을 가진 집단의 이윤 극대화 추구 행위는 반드시 사회후생 감소를 가져오게 된다.
최근 국내 카드시장에서는 대표적인 글로벌 카드브랜드사인 비자(VISA)가 해외카드이용 관련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인상했다. 국제 매입 수수료, 서비스 수수료, 데이터프로세싱 수수료 등 대부분의 수수료가 인상됐으며 특히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국제서비스정산’ 수수료를 10%나 인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카드 이용의 50% 이상이 비자카드로 이뤄지기 때문에 국제서비스정산 수수료가 기존 1.0%에서 1.1%로 0.1%포인트만 인상돼도 소비자의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
전자상거래 및 해외여행 활성화로 글로벌 카드브랜드사의 네트워크 이용은 증가하는 추세이다. 문제는 비자가 글로벌 카드네트워크 시장의 약 56%(2015년 기준)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이기에 국내 소비자와 카드사는 해외에서 카드결제를 위해 비자의 수수료 인상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비자의 일방적인 국제거래수수료 인상 통보는 국내 소비자와 카드사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 중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비자의 수수료 인상은 카드지급결제 시장참가자의 비용 상승과 사회후생 감소와 같은 독과점 폐해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의 수수료 인상에 대해 ‘불공정거래행위 중 거래상 지위남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상태다. 독과점 기업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로 인해 소비자나 개별 기업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해외카드이용 수수료 인상이 소비자와 카드사에 대한 직접적인 비용 상승 외에도 가맹점수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국내카드 결제시장 전반에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관계 당국의 조속한 판결이 중요하다.
이효찬 여신금융연구소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