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부채 대책, 취약층·다중채무자에 초점 맞춰야

가계부채 중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30%를 넘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기관 3곳 이상에 빚이 있는 다중채무자의 대출액은 377조원에 달해 전체의 30.7%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소득이 적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차주는 146만명, 대출 규모는 78조6,000억원이나 됐다. 빚 갚을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부실대출로 이어질 수 있는 가계부채 규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는 의미다. 게다가 취약차주의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74%나 되고 고금리 신용대출 비중도 17%를 차지하는 등 대출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도 우려할 만한 일이다.


더 큰 문제는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3.2%까지 치고 올라간 상황이다. 앞으로는 더 안 좋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3회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보다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을 포함한 시중금리가 영향을 받을 게 뻔하다. 어쩌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나 5%선까지 치솟을지도 모른다. 소득이 많고 신용등급이 높은 이들이야 별문제가 없겠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계층은 이자 부담이 급등하면서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취약층의 가계대출이 부실화하면 이들에 대한 대출이 많은 제2금융권이 온전할 리 없다. 자칫 중산층의 대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집값 하락까지 가세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금융 당국이 총액만 보고 ‘관리가 가능하다’거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한다면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일 수 있다.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할 때 저소득층과 다중채무자 관리에 초점을 맞춰 취약 고리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2금융권 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서민층의 이자 부담을 해결하는 등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