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왼쪽 네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관계부처 장관들이 29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17 경제정책 방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송은석기자
그럼에도 경기의 방향을 되돌릴 만한 특단의 조치는 내놓지 못했다. 정부가 꺼낸 유일한 카드는 21조3,000억원 규모의 재정 보강이었다. 이른바 재정 당겨쓰기다. 현 정부 들어 사실상 매년 반복된 카드다. 정부는 이번 재정 보강 등으로 성장률이 0.2%포인트 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수준에서 가능한 재원은 싹싹 긁어모은 것”이라며 “그럼에도 내년 초 경기가 고꾸라지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경기 하강→조기 집행→재정절벽→추경 편성’의 악순환이 내년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는 집권 5년여 동안 2013년·2015년·2016년·2017년 등 총 네 번의 추경을 편성하게 된다.
◇2.6% 전망도 낙관적…고용은 줄고 물가는 뛰고=정부가 2%대 성장 전망을 내놓은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9년 이후 처음이지만 이마저도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2%대 초반 전망이 대다수다. 대외 리스크가 커질 경우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만일 정부가 내년에 재정 보강 등을 통해 2%대 성장을 지켜낸다고 해도 우리 경제는 2015년 2.6%, 올해 2.6%에 이어 3년 연속 2%대 저성장에 머물게 된다. 3.3% 성장한 2014년을 제외하면 2012년 이후 5번째 2%대 성장으로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모양새다.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도 우울하다. 정부는 취업자 증가폭을 올해 29만명에서 내년에는 26만명으로 낮췄다. 2015년 취업자 증가폭이 34만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하락세가 가파르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0%에서 내년에는 1.6%로 급등하면서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2015년(0.7%)과 비교하면 배 이상 뛰는 것이다. 국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이보다 높다는 점에서 저성장에 고물가로 서민들의 주름살이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간 소비도 올해 2.4%보다 더 위축돼 2.0% 증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반복되는 돈 풀기…경기 방어는 미지수=정부가 재정과 정책금융 등 동원 가능한 재원은 모두 끌어다 쓴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경기 위축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미 정치권을 중심으로 내년 우리 경제가 2% 성장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조기 추경 편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7일 열린 재정전략협의회에서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면서 성장률 등 대내외 경기 여건을 면밀하게 점검해 필요할 경우 추가 대책도 검토하겠다”며 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내년 1·4분기 경기지표가 나와야 추경 편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재정 조기 집행과 추경 편성은 사실상 올 9월부터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재정은 재정대로 갉아먹고 경기는 못 살리는 실수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400조원 이상 편성했지만 올해 추경 대비 0.5%포인트밖에 규모를 늘리지 않아 예년과 비교하면 사실상 긴축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전 금융연구원장)는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보완해주는 데 좀 더 신경 써야 한다”며 “내년 상반기에 재정을 집중하고 빨리 돈을 집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