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 자선냄비 오늘 마감…모금활동 체험해보니

3시간 동안 12명…온기 사라진 거리인심

본지 박우인 기자가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 앞에서 구세군의 자선냄비 모금 활동 체험 중 한 아이의 성금 기부를 돕고 있다. /이두형기자
“딸랑딸랑…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세요.”

병신년(丙申年)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30일 오전10시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 앞. 저 멀리 청와대를 등지고 구세군 자선냄비 앞에 섰다. 이날 서울경제신문 기자가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활동 체험에 나서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였다. 체험 장소가 전국 구세군 자선냄비 380곳 가운데 모금액이 가장 많다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기 때문이다.

영하4도 속 열심히 종 울렸지만

시민들 지갑 꽁꽁…손 안내밀어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이 예년 같지 않은데다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기도 부담스럽게 몰아닥친 세밑 추위도 문제였다. 이날 서울 아침기온은 영하 4도, 체감온도는 영하 8도까지 떨어졌다. 따뜻하게 챙겨입으라는 구세군 직원의 귀띔에 내복과 수면 양말, 장갑, 그리고 빨간색 구세군 점퍼로 중무장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종을 치던 손은 마비되고 다리까지 오들오들 떨렸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시민들의 지갑도 꽁꽁 얼어붙은 듯했다. 이날 3시간 동안 열심히 종을 울렸지만 모금에 동참한 시민은 12명. 비록 거액을 쾌척하는 ‘날개 없는 천사’는 만날 수 없었지만 부모를 졸라 100원짜리 동전을 넣은 어린아이부터 주머니 속에 꼬깃꼬깃 넣어둔 만원을 꺼내는 할머니까지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모금에 참여한 한 시민은 “요즘은 길거리에서 구세군 종소리를 듣기 어려워졌다”며 “자선냄비에 돈을 넣으러 다가가는 게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종소리가 들리면 적은 액수라도 모금에 동참하려 한다”고 수줍게 말했다.

380곳 한달모금 45억 그칠듯

“경기침체·시국불안에 관심 뚝

자원봉사자들까지 줄어들어”



구세군에 따르면 전국 자선냄비를 통해 매년 평균적으로 한 달간 60억원가량을 모았지만 올해는 45억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구세군과 별도로 사회복지공동금회가 광화문 광장에 설치한 ‘사랑의 온도탑’도 지난 29일 73.3도에 머물러 지난해 같은 날(78.3도)보다 5도나 낮아 올해 유난히 썰렁해진 기부 인심을 엿볼 수 있었다.

구세군 자선냄비본부의 한 관계자는 “지속된 경기침체에 올해는 유난히 시국까지 어수선해 연말 기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아쉬워했다. 자선냄비 자원봉사자도 줄었다. 자선냄비 본부 관계자는 “자원봉사자가 직접 모금 활동을 하면 그나마 시민들이 자선냄비를 찾지만 냄비만 놓아두면 모금액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올해 자원봉사자들까지 줄면서 자선냄비 앞이 비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선냄비 본부는 올해 5만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실제로 신청한 사람들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거리모금 활동을 통해 모은 기부금은 전액 아동·청소년·노인·장애인·여성·북한·해외 지원에 쓰인다. 공식적인 모금활동은 지방은 24일 마무리됐고 서울은 31일 종료된다. /최성욱·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