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다락의 외부 모습. 건물 꼭대기에서 옆면으로 경사면이 이어지는 박공형과 건물 전체를 둘러싼 컬러 강판이 눈에 띈다. /사진제공=김용관 사진작가
서울시 송파구 오금로 44가에 자리 잡고 있는 ‘다락다락 근린생활시설(다락다락)’은 다세대주택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골목에서 독특한 겉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주변 건물들과 눈에 띄게 다른 점 중 하나는 일반적인 건물 형태인 사각형 대신 6층 건물 꼭대기 중앙에서 경사를 이루면서 옆면으로 이어지는 ‘박공형 지붕’이다. 아울러 일반적인 다세대주택에 사용되는 드라이비트, 벽돌형 타일 등의 소재 대신 건물 외부를 둘러싼 컬러 강판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같은 모양새를 택하게 된 것은 주변 건물들의 일조권 보장을 위해 건축물 높이가 제한되는 정북방향 일조권 사선제한을 고려하면서도 내부 주거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다락다락은 수익형 상품인 다세대주택의 색다른 외관과 주거공간을 제공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박공형 지붕에 다락 만들어 공간 극대화
경사따라 계단·책상 등 수납공간 배치
건물 내부에는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 설계가 적용됐다. 건물의 공식 층수는 6층이지만 6층 위에 박공형 지붕으로 생긴 천장의 빈 공간을 다락방 형태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주거공간을 추가로 확보했다. 건물 내부 가장자리의 경사면에는 4층부터 천장의 다락방까지 이어지는 계단과 책상 등 수납공간이 배치돼 있다. 4층부터 천장까지는 다락방의 형태로 연결되면서 위층으로 뚫린 공간이 마련돼 개방감을 높여준다. 이러한 내부 구조는 건물의 이름이 ‘다락다락’으로 지어진 이유를 드러낸다.
다락다락의 1층은 카페, 2층은 사무실, 3층은 원룸 3개로 각각 구성돼 임대 수익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4층부터 천장의 다락방까지는 건축주 가족의 주거공간이다. 주거공간은 가족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인 거실 및 주방과 개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인 방들로 구성됐다.
다락다락의 설계자인 김찬중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 소장은 “가족들의 주거공간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며 “전통적인 주거공간은 공동체적인 성격이 중시됐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의 사생활이 중시되면서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욕구가 높기 때문에 구성원 각각에 대한 공간 할당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락다락은 정면과 후면에 각각 발코니가 배치돼 공간 활용도를 높였고 창문의 형태와 크기는 채광을 고려해 설계됐다./사진제공=김용관 사진작가
● 독특한 형태·소재의 겉모습
아파트 보다 높은 천장 … 층마다 테라스
채광 고려 남동향 전면에 넓은 창 배치
건물 외부 소재로 컬러 강판을 선택한 것도 건축주의 주거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컬러 강판은 녹이 잘 슬지 않고 얼룩도 잘 남지 않아 일반적으로는 건물 지붕에 많이 사용되는 소재로 알려져 있다. 김 소장은 “건축주가 이 건물에서 굉장히 오래 거주할 것을 전제로 건물 외부를 가급적 깨끗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락다락에는 최근 들어 주거공간에서 높은 천장이 선호되는 추세에 따라 일반적인 아파트 층고인 2.3m보다 높은 2.5m의 층고가 적용됐다. 1층부터 5층까지 층마다 마련된 테라스, 채광을 위한 남동향 전면부의 넓은 창도 특징이다.
다락다락의 건축은 건축주가 지난 2015년 초 김 소장을 만나 “그림을 좋아하는 자녀들이 꿈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다락이 있는 집을 짓고 싶다”고 설계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중산층으로서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서울에서 일반적인 아파트 대신 색다른 주거환경, 노후 준비를 위한 임대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한 결과다. 다락다락의 설계 기간은 약 3개월가량 걸렸다. 김 소장은 “건물에 대해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건축주와 의견이 잘 맞아 다른 설계 프로젝트보다 설계 기간이 훨씬 짧았다”고 회상했다. 이후 약 11개월에 걸친 공사 끝에 올해 3월 완공된 다락다락은 국내 건축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2016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다락다락 내부 모습. 경사면에 계단이 배치돼 있고 위층으로 뚫린 천장으로 개방감을 높여준다. /사진제공=김용관 사진작가
●자녀교육+임대수익 위한 투자
개성 있는 디자인·구조로 세입자 관심
수익형 부동산 상품 새로운 방향 제시
다락다락 건축 비용은 토지 매입 비용, 설계비, 내부 인테리어 등을 포함해 3.3㎡ 당 600만원 정도다. 근처의 다른 일반적인 다세대주택 건축비는 3.3㎡ 당 300만~400만원 선으로 더 저렴하지만 다락다락은 고급 자재가 사용됐고 개성 있는 디자인과 내부 구조가 호평을 받으면서 원룸 월세 시세가 주변 다세대주택들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고 김 소장은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다락다락은 수익형 부동산 상품인 다세대주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건물 외관은 물론 내부 설계 등 여러 면에서 기존 수익형 상품과는 다른 설계를 가져간 것이 그중 하나다.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일반적인 아파트 투자 대신 임대 수익원과 함께 개성을 갖춘 주거공간을 선택한 건축주의 구상이 현재까지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다락다락 천장의 다락방 모습. 다락다락은 박공형 지붕으로 만들어진 천장의 빈 공간을 다락방으로 활용해 주거공간을 추가로 확보했다. /사진제공=김용관 사진작가
■ 설계자 인터뷰 - 김찬중 더시스템랩 소장
“천편일률 다세대주택도 생각만 바꾸면 차별화 가능”
‘다락다락 근린생활시설(다락다락)’의 설계자인 김찬중(사진)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 소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현창빌딩, 강남구 압구정동의 폴 스미스 플래그십 스토어, 서초구 서초동의 KH바텍 사옥 등을 통해 기존의 정형화된 설계 대신 소재·형태 등에서 새로운 시도를 접목한 설계로 주목 받고 있다.
그는 “병원·학교 등 건물 종류마다 오랜 시간을 거쳐 검증되고 정형화된 형태인 ‘타이폴로지(Typology)’가 있지만 개별 프로젝트마다 그것이 최적의 선택, 정답인지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다락다락은 천편일률적인 이미지로 인식돼온 다세대주택도 차별화될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이 설계로 구현된 결과다.
건축에 대한 그의 새로운 시도는 사람들의 행동·심리에 대한 관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김 소장은 쇼핑몰을 예로 들며 “물건 판매만을 위한 장소라면 오히려 사람들이 구매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 가서 돌아다니다 물건을 살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락다락의 설계에도 평소 주거공간·다세대주택에 대해 면밀히 관찰한 결과가 반영됐다고 한다.
다락다락은 김 소장이 다세대주택으로는 처음 설계한 건물이다. 다락다락을 계기로 다세대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설계 의뢰가 이어지면서 그는 현재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강남구 세곡동, 경기도 남양주시 등에 들어설 건물들의 설계를 진행 중이다.
김 소장은 은행 건물의 새로운 형태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예전에는 각종 공과금 수납을 위해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씩은 은행 점포를 찾았지만 갈수록 인터넷뱅킹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직접 은행에 갈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도시의 중심지에 위치한 은행 건물들은 예전에는 사람들을 모으는 기능을 했지만 이제는 예전과 같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은행 건물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들어서 있는 가운데 은행 점포는 갈수록 줄어들면서 은행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 업계의 새로운 대안이 김 소장의 설계를 통해 어떤 결과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