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전날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주미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고 미국 내 러시아 시설 2곳을 폐쇄하는 고강도 ‘해킹 보복’ 제재를 내놓은 데 대해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타국 정부가 주도한 사이버 공격에 대해 내놓은 조치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준인 이번 제재로 양국의 갈등이 신냉전 양상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일단은 맞대응하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보인 것이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이 같은 결정을 반겼다. 트럼프는 30일 트위터 계정을 통해 “(푸틴의 대미 보복) 유보는 훌륭한 결정”이라며 “나는 그가 매우 똑똑하다는 사실을 언제나 알고 있었다”고 칭찬을 쏟아냈다. 그는 이 트윗을 ‘메인 트윗’으로 설정해 트위터 타임라인 상단에 고정되도록 강조하기도 했다.
주미 러시아 대사관도 이 같은 트럼프의 칭찬을 리트윗(다른 사람의 게시물을 공유하는 기능)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처럼 맞대응조치를 유보하고 트럼프가 러시아의 편에서는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양측이 대선 유세 기간부터 시작된 밀월 관계를 본격적으로 다지는 행동으로 풀이된다. 트럼프와 푸틴은 대선 기간부터 서로에게 긍정적인 코멘트를 주고받으며,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경색된 미·러 관계의 극적인 변화를 예고해왔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실도 줄곧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이번 대러 제재와도 거리를 뒀다. AP통신은 “‘눈에는 눈’ 식의 대응을 일삼아온 푸틴이 보복 제재를 유보한 것은 예상 밖의 결정”이었으며, 트럼프가 ‘적국’의 편에 서는 것도 “기존 외교 관례에서 극적으로 벗어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WP는 “적의 적은 동지다. 비록 그 동지가 ‘적’인 푸틴이라고 할지라도”라고 표현하며 오바마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트럼프가 공화당 의원들과도 의견을 달리한 채 푸틴의 편에 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