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새해 경제, 이것만은 챙기자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
올 한국 경제 경착륙 우려 커
정부, 재정지출 늘릴 준비하고
기업은 기술력 강화 노력 통해
일자리·수출 확대 만전 기해야

새해 우리 경제는 대내외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정치적 불안정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더욱 낮아질 것이 예상되고 있으며 청년실업은 더욱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 미국의 통상압력으로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중국의 빠른 추격으로 우리의 주력산업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국 경제는 내우외환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새해 우리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경기의 경착륙을 막아야 한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2.6%로 전망하고 있지만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성장률은 이보다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민간연구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이 2% 초반대 이하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가 경착륙하게 되면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가계부채가 부실화되고 한계기업이 도산하면서 외국자본의 유출로 외환위기가 초래될 것이 우려된다.

경기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은 1·4분기 성장률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는 등 확대 재정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재정지출이 선심성 지출이 되지 않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데 투자되도록 해야 한다. 수도권에서 도심으로 진입하기 위한 교통인프라 구축 등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필요한 인프라가 많다. 재정지출이 생산적인 곳에 투자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주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시중금리가 급격히 높아지지 않도록 금리안정에 주력할 필요도 있다. 금리가 급격히 높아질 경우 가계부채 부실은 물론 부동산 가격도 폭락할 수 있으며 한계기업의 도산도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미국이 금리를 높이는 시기에 우리의 금리운용은 신중해야 한다. 자본유출을 막으면서 국내 경기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금리정책과 환율정책의 조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화당국은 환율을 안정시키면서 금리 또한 급격히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격의 폭락을 피하고 가계부채가 부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대출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금리가 높아지는데 대출규제까지 강화할 경우 가계부채의 부실과 부동산 가격폭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금리라는 거시적 정책수단과 대출규제라는 미시적 정책수단을 보완적으로 사용해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미국의 통상압력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대미무역수지 흑자국에 대해 통상압력을 강화할 것이 예상된다. 미국의 새 행정부는 제조업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환율조작국 지정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감시대상국으로 돼 있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수출감소로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우리 대미무역수지 흑자규모를 줄일 수 있도록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리는 전략적 무역정책을 사용하고 무역에 있어 불공정 관행을 개선해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줄여야 한다.

기업의 기술력을 높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 정부는 기업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규제개혁을 통해 정부규제를 줄이려고 노력해왔으며 노동개혁도 시도했다. 그러나 정부와 노동자, 두 경제주체의 노력만으로 기업투자가 늘어나기는 역부족이다. 노동개혁 또한 노동조합의 반발로 단기간에 이루기가 쉽지 않다.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이 기술력을 높일 수 있다면 비록 임금이 높더라도 수출 경쟁력이 제고되면서 기업투자가 늘어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철강·석유화학·전자와 같은 우리 주력산업의 중국 이전도 지연시킬 수 있으며 제조업의 공동화도 막을 수 있다.

경제위기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나 기업 구조조정 도중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도 대통령 선거가 있던 해에 철강과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1997년과 유사한 여건에 놓여 있는 새해에는 우리 경제가 위기를 겪지 않도록 경제팀의 올바른 정책선택과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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