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연기대상’은 1987년 처음 시작되어 2016년으로 30회 시상식을 맞이하게 됐다. 그리고 ‘KBS 연기대상’은 30회라는 상징적인 숫자에 걸맞게 화려함과 의미를 모두 갖춘 성공적인 시상식이었다.
■ 최수종·고두심부터 임동진·채시라까지, 30주년 걸맞는 화려한 라인업
KBS ‘2016 KBS 연기대상’ 오프닝을 장식한 고두심과 최수종, 최우수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임동진과 채시라 / 사진 = KBS ‘2016 KBS 연기대상’ 방송화면 캡처
올해로 30회를 맞이한 ‘KBS 연기대상’은 여러 면에서 30주년을 떠올리게 하는 의미있는 시도를 선보였다.
첫 번째 시도는 MC 소개나 축하공연이 펼쳐지기 보통인 오프닝을 ‘KBS 연기대상’에서 세 차례 대상을 수상한 ‘트리플 크라운’ 수상자 최수종과 고두심을 내세워 ‘30주년’의 의미를 되새긴 오프닝으로 대체한 것이었다.
최수종은 1998년 ‘야망의 전설’, 2001년 ‘태조 왕건’, 2007년 ‘대조영’으로 KBS 연기대상에서 세 차례 대상을 수상했고, 고두심은 1989년 ‘사랑의 굴레’, 2004년 ‘꽃보다 아름다워’, 2015년 ‘부탁해요 엄마’로 세 차례 대상을 수상했다.
각각 세 차례 대상을 수상한 남녀배우의 최고봉 최수종과 고두심이 등장한 ‘KBS 연기대상’의 오프닝은 KBS 드라마의 역사부터 ‘연기대상’ 3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며, ‘연기대상’이 단순히 한 해의 드라마를 결산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시상자 선정에서도 ‘KBS 연기대상’은 세심한 선정이 돋보였다. 청소년연기상을 전년도 수상자 대신 아역상 2회 수상자인 김민정이 시상한 것을 시작으로, 1회 대상 수상자인 ‘토지’의 임동진과 1999년 ‘왕과 비’로 대상을 수상한 채시라가 최우수상을 시상한 것처럼 역대 주요 수상자들이 직접 해당부문에서 시상을 진행하며 30주년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되짚었다.
■ ‘태양의 후예’부터 ‘구르미 그린 달빛’까지 KBS 드라마의 인기 증명
KBS ‘2016 KBS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한 ‘태양의 후예’ 송중기와 최우수상을 수상한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 / 사진 = KBS ‘2016 KBS 연기대상’ 방송화면 캡처
2016년 KBS 드라마는 그야말로 잘 나가는 한 해를 보냈다. 상반기에는 ‘태양의 후예’가 시청률 40%에 육박하는 성적을 기록했고, 하반기에도 ‘구르미 그린 달빛’이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외에도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아이가 다섯’ 등 주말드라마의 여전한 강세에 ‘동네변호사 조들호’와 ‘공항가는 길’ 등 평일 드라마들도 꾸준한 선전을 펼쳤다.
이처럼 올 한 해 사랑받은 작품이 많았기에 ‘KBS 연기대상’의 열기 역시 뜨거웠다. 베스트 커플상에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송혜교 커플과 진구-김지원 커플,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김유정 커플, ‘공항가는 길’의 이상윤-김하늘 커플,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차인표-라미란 커플과 현우-이세영 커플, ‘오 마이 금비’의 오지호-허정은 부녀커플 등 무려 일곱 팀이나 선정된 것도 높은 인기를 증명하는 바로미터였다.
지난해에도 호흡을 맞춘 박보검과 전현무에 이어 ‘태양의 후예’ 김지원이 새로 합류한 MC들의 진행도 괜찮았다. 방송시간이 네 시간 가까이 진행되며 시상식이 길어진 감은 있지만, ‘베스트 커플상’이 내내 화두에 오르며 웃음을 선사했고 아역상을 수상한 허정은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여러차례 시청자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자아냈다.
■ 송중기 단독 대상이 아닌 송혜교와 공동 대상, 조금은 아쉬워
KBS ‘2016 KBS 연기대상’ 공동대상을 수상한 ‘태양의 후예’ 송중기와 송혜교 / 사진 = KBS ‘2016 KBS 연기대상’ 방송화면 캡처
우수상과 최우수상까지 큰 논란의 여지 없이 무난하게 수상을 이어가던 ‘KBS 연기대상’은 마지막 대상에서 의외라면 의외일 수 있는 선택을 했다. ‘태양의 후예’의 송송커플 송중기와 송혜교에게 공동으로 대상을 수여한 것이다.
사실 이날 방송 전만해도 대부분은 ‘태양의 후예’ 송중기의 단독 대상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태양의 후예’가 송송커플의 러브 스토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극의 중심이 송중기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송중기의 대상 수상은 남자 최우수상을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과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박신양이 공동으로 수상할 때까지만 해도 당연한 듯이 보였다. 송중기의 대상 수상에 가장 큰 경쟁자가 바로 박보검과 박신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진 여자 최우수상에서 ‘태양의 후예’ 송혜교가 수상을 하지 못하고 ‘공항 가는 길’의 김하늘이 단독으로 수상을 하면서 의외의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대상은 결국 송중기와 송혜교의 공동 수상으로 귀착됐다. ‘KBS 연기대상’ 30년 역사에서 대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것은 2015년 ‘부탁해요 엄마’의 고두심과 ‘프로듀사’의 김수현이 공동으로 수상한 것이 처음이었으니, 같은 작품에 출연한 커플이 공동으로 대상을 수상한 것도 당연히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도 같은 작품에 출연한 두 배우가 공동수상을 한 만큼 지난해 고두심과 김수현의 공동수상처럼 큰 논란으로 발전할 일은 없겠지만, 송중기의 단독 수상이 유력했던 상황에서 송혜교가 공동수상으로 끼어든 것은 ‘수상 챙겨주기’의 의혹을 피하기 어려웠다. 특히 송혜교가 ‘풀하우스’ 이후 무려 12년 만에 연기대상에 참석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의혹에도 어느 정도 신빙성이 실린다.
‘KBS 연기대상’은 30주년이라는 상징성에 걸맞게 충분히 좋은 시상식의 모습을 보였지만 마지막의 송송커플 공동대상이 가장 중요한 ‘대상’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특히나 지난해 ‘KBS 연기대상’이 고두심과 김수현의 공동대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것을 생각하면 2년 연속 공동대상을 수여한 것은 KBS의 실책이라고도 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한편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 ‘동네변호사 조들호’ 등 2016년 한 해 KBS 드라마를 총 결산하는 ‘2016 MBC 연기대상’은 31일 오후 9시 15분부터 KBS를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 2016 KBS 연기대상 수상자 ▲ 대상 = 송중기, 송혜교(태양의 후예) ▲ 남자 최우수연기상 = 박신양(동네변호사 조들호), 박보검(구르미 그린 달빛) ▲ 여자 최우수연기상 = 김하늘(공항가는 길) ▲ 미니시리즈 부문 남자 우수연기상 = 이상윤(공항가는 길) ▲ 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우수연기상 = 김지원(태양의 후예) ▲ 중편드라마 부문 남자 우수연기상 = 송일국(장영실) ▲ 중편드라마 부문 여자 우수연기상 = 김유정(구르미 그린 달빛) ▲ 장편드라마 부문 남자 우수연기상 = 이동건(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안재욱(아이가 다섯) ▲ 장편드라마 부문 여자 우수연기상 = 조윤희(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소유진(아이가 다섯) ▲ 일일드라마 부문 남자 우수연기상 = 오민석(여자의 비밀) ▲ 일일드라마 부문 여자 우수연기상 = 이유리(천상의 약속), 소이현(여자의 비밀) ▲ 남자 신인연기상 = 성훈(아이가 다섯), 진영(구르미 그린 달빛) ▲ 여자 신인연기상 = 김지원(태양의 후예), 이세영(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 남자 조연상 = 이준혁(구르미 그린 달빛) ▲ 여자 조연상 = 라미란(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 남자 연작·단막극상 = 김성오(백희가 돌아왔다), 이동휘(드라마스페셜 - 빨간 선생님) ▲ 여자 연작·단막극상 = 조여정(베이비시터), 강예원(백희가 돌아왔다) ▲ 남자 청소년연기상 = 정윤석(장영실, 아이가 다섯, 구르미 그린 달빛) ▲ 여자 청소년연기상 = 허정은(동네변호사 조들호, 구르미 그린 달빛, 오 마이 금비) ▲ 네티즌상 = 박보검(구르미 그린 달빛) ▲ 작가상 = 김은숙, 김원석(태양의 후예) ▲ 아시아 최고 커플상 = 송중기, 송혜교(태양의 후예) ▲ 베스트 커플상 = 송중기&송혜교, 진구&김지원(태양의 후예), 박보검&김유정(구르미 그린 달빛), 이상윤&김하늘(공항가는 길), 차인표&라미란, 현우&이세영(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오지호&허정은(오 마이 금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