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내경제] 반도체 호황, 유가상승 맞물려 2년만에 ‘수출 마이너스 터널’ 벗어날듯

지난달 6.4% 급증…27개월 만에 최대폭
정부 올해도 2.9% 늘어 5,100억弗 전망



수출이 지난 2년간 갇혀 있던 마이너스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27개월 만에 최대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유가 상승 등 전반적인 상황이 개선되고 있어 올해 수출이 연간으로도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지난해 12월 수출이 451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4% 증가했다고 밝혔다. 우리 수출은 지난해 11월(2.5%)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는데 이는 지난 2014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수출 증가폭 역시 2014년 9월(6.3%)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분기별 수출도 1.9% 늘어나 2014년 4·4분기 이후 8분기 만에 반등했다. 12월 수출 증가는 단일 품목 가운데 수출 비중(12%)이 가장 큰 반도체(19.9%)와 컴퓨터(18.1%), 석유제품(13.5%) 등의 실적이 호전된 영향이 컸다. 반도체 수출 증가에 힘입어 최대 시장인 중국 수출도 9.6% 뛰었다.


최근 긍정적인 수출 실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체 수출은 전년 대비 5.9% 줄어든 4,955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은 7.1% 감소한 4,057억달러, 무역 수지는 898억달러를 보였다. 이로써 지난해 전체 무역(수출+수입)은 9,013억달러로 2015년(9,025억달러)에 이어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에 못 미쳤다.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이 5,000억달러를 밑돈 것은 2010년(4,663억달러) 이후 처음이고 수출이 2년 연속 감소한 적은 1957~1958년 이후 58년 만이다. 이는 우리 주요 수출 시장의 경기가 부진한 탓에 우리 제품의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하지만 정부는 물론 국내 주요 연구기관도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산업부는 “올해 수출이 2.9% 늘어난 5,1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도 2.1%, LG경제연구원은 3.3%, 현대경제연구원은 4.8%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14년(5,726억달러)은 월평균 477억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5년(5,267억달러)은 매달 438억달러, 지난해는 413억달러까지 위축됐다. 지난해 수출이 바닥을 찍었기 때문에 올해는 월평균 수출액이 지난해 4·4분기 수준인 440억달러대만 보여도 수출이 6% 이상 증가한다.

주력 시장의 급격한 경기 위축이 예견되지 않는 것도 호재다. 무엇보다도 새로 들어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경기부양 정책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은 3%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경제성장률이 2% 안팎, 중국도 6%대의 경제성장이 예측돼 우리 수출의 위축 가능성은 낮다. 트럼프 정부가 화석연료 등 전통에너지에 투자를 하면 한동안 경기 부진에 시달렸던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중동·중남미의 경제가 개선될 여지도 있다.

주력 수출품목들의 실적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반도체는 전 세계 스마트폰의 용량 증가 추세에 힘입어 올해 수출이 대폭 뛸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사태로 주춤했던 스마트폰도 4월 신규 전략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등으로 올해 유가가 지난해(41달러) 평균보다 약 20% 이상 뛴 50달러대를 기록하면 석유·유화제품의 수출 호조도 예상된다.

하지만,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중간재 자급률 재고 등의 대외 부정적인 요인과 우리 자체의 해외생산확대 등 구조적 감소요인이 있어 하방 위험 역시 상존한다는 게 연구기관들의 지적이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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