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4.0시대-특별인터뷰] 박병원 "차기 대통령, 일자리 300개만 늘린다해도 장애물 없애줘야"

<특별 인터뷰> 박병원 경영자총협회 회장
- 대담 : 이용웅 편집국장
국민은 취업·장사 잘되는것 원해
일자리 위하는 사람이 좋은 리더
무상복지 문제는 고용창출에 역행
돈 쓸 궁리말고 세입 늘릴 일해야
리더가 모든 일 직접 할 필요는 없어
경제·외교 완벽한 대통령 존재안해
공무원 일하게 하려면 리더 신뢰 중요
공직사회에 책임 주고 권한도 줘야

박병원 경총회장./이호재기자.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설명하는 두 단어는 ‘서비스업’과 ‘일자리’다. 지난 2001년 옛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시절부터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재정경제부 차관,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았을 때도 그랬다. 2015년 경총 회장에 선출된 후에도 “젊은 층을 위한 새 일자리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는 단체나 사람들과는 무조건 싸우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인터뷰 내내 일자리를 말했다. 일자리를 위해 뛰는 게 좋은 리더이자 대통령이라는 게 박 회장의 얘기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나 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일자리 10개, 100개, 200개 생기는 게 대부분일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사례를 들었다.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이 LG가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지을 때 와서 축사를 했어요. 그걸 보니 도대체 LG가 일자리를 몇 개 만들길래 미국 대통령이 축사를 해줬는가 궁금합디다. 그래서 알아봤더니 300개에요. 다음 대통령은 300개의 일자리를 위해서 모든 장애물을 제거해주고 축하를 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 같은 방식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유효할까. 박 회장은 “충분하든 안 충분하든 일자리가 더 생기고 세금도 늘릴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며 “설악산 케이블카, 경복궁 옆 송현동 칼호텔, 동부그룹의 유리온실, LG의 새만금 스마트팜 중에 된 게 뭐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동국대 근처에 신라호텔이 있는데 이미 있는 것은 괜찮고 새로 짓는 것은 안 되는 게 우리나라”라며 “창조경제라는 게 몇 사람의 일자리는 해결해도 99%의 일자리는 책임 못 지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하고 있는데 우리가 안 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중요한 게 올바른 리더를 뽑는 일이다. 박 회장은 “일본 아베 총리의 소원이 물가가 오르는 세상 아니냐”며 “정치인들이 경기를 활성화시켜 돈 만들 궁리는 안 하고 기본소득 제도를 하겠다는 둥 돈 쓸 궁리만 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가 차선으로 “‘장사가 못 되게 하는 건 안 하겠다’고 말하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편적 복지와 무상보육·무상급식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자가 아니라 일자리를 없애는 탓이다.


“현재 보육시설의 85%는 민간이 하고 있어요. 그런데 무상보육을 하면 재정적자가 커지면 안 되니까 단가를 안 올려 준다고요. 그럼 어린이집 원장들은 돈을 벌 수 없어요. 보육교사들 100만원밖에 못 주는 이유가 뭡니까. 이게 장사가 안 되고 취직이 안 되게 만드는 일이에요.” 이어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장사가 잘 되고 취업이 잘 되는 것”이라며 “복지혜택도 대상이 소수일 때는 괜찮지만 거대 조직이 되면 관료화돼 지원을 받는 개인의 경제적 독립과 자유·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리더가 모든 일을 직접 할 필요는 없고 그럴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정치·경제·사회·문화·외교·안보를 모두 완벽히 아는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담당 장관이나 수석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이번 정부처럼 받아적게만 해서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노무현 정부 때 재경부 1차관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발탁됐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 말에 가장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했던 게 나”라며 “그럼에도 토론이 가능했고 끝까지 자리가 보장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도 대통령 자신의 생각과 여러 의견을 수용해 판단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을 보좌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에 대해서는 리더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공직사회에 책임을 주고 권한도 줘야 하는데 지금은 국회에 가야 해결이 되지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10개, 20개 일자리라도 만드는 일을 하게 하려면 턱도 없이 책임을 묻는 일은 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재가 나서 불을 껐더니 왜 화단을 밟았느냐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공무원들을 믿고 그들이 ‘안 된다’고 해도 그들을 내치지 않는다는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정부는 그런 신뢰를 못 줬다”고 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He is △1952년 부산 △1968년 경기고 △1971년 서울대 법학과 △1975년 행정고시 17회 △1986년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실 서기관 △1996년 재정경제원 예산총괄과장 △2001년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2005년 재정경제부 1차관 △2007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2008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2011년 전국은행연합회장 △2012년 서비스산업총연합회장 △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2013년 국민행복기금 이사장 △2015년~ 한국경영자총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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