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티타임을 갖고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첫날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신년 인사회에서 특별검사를 둘러싼 핵심 쟁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사실상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관련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마치 변호인처럼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은 다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대통령은 우선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업들의 강제 모금 의혹과 관련, “기업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민관이 창의적 아이디어로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잘해보자, 창조경제나 문화로 세계로 뻗어나가면 한류도 힘을 받고 국가브랜드도 높아지고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동참한 것인데 압수수색 등의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미안스럽고 마음 편할 날이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안정을 찾아 나라가 발전의 탄력을 키워야 한다는 마음”이라며 강제모금 의혹을 부인하는 한편 재단 설립은 국가 발전을 위해 추진한 사안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언론에 대한 서운함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그는 “출입하는 (기자)분들은 잘 아시고 정확히 판단하실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다른 출입처에서는 너무나 많은 왜곡과 허위를 남발해 걷잡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보실에서 청와대 홈페이지에 ‘바로잡기’ 코너를 신설했는데도 혼란을 주면서 오해가 오해를 만들고 오보를 바탕으로 오보가 재생산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그 중 하나가 세월호 참사 당일(과 관련한 보도)”이라며 “처음에는 참사가 벌어졌을 때 대통령이 밀회를 했다는 말도 안 되고 입에도 담기 민망한 얘기를 했다. 대통령이 어떻게 밀회를 하겠느냐”고 억울해 했다.
박 대통령은 “시간이 지나니 ‘굿을 했다’는 얘기가 기정사실화됐다. 너무 어이가 없었고 그러다가 이번에는 성형수술 의혹도…”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참사 당일 사건이 터졌다는 것을 정상적으로 보고받으며 계속 체크하고 있었다. 마침 그날 일정이 없어서 관저에 있었던 것”이라며 “(성형과) 미용시술은 상식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상세 내용을 제출하면 헌법재판소에서 재판하게 될 텐데 이번만큼은 그런 허위가 완전히 걷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외부인 출입 의혹에 대해서도 “기억을 더듬어보니 머리를 만져주기 위해서 오고 목에 필요한 약(가글)을 들고 온 사람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며 “큰일 터지고 학생들을 구하는 데 온 생각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딴 것을 생각하는 대통령이 있을 수 있겠나. 사실이 아닌 얘기들이 나오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일부 대기업 지원 의혹과 관련해서는 “수사 중이니까 자세히 말씀드릴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제가 분명히 말씀 드릴 수 있는 부분은 공모나 누구를 봐주기 위해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다”고 못 박았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청와대가 국민연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지시했다는 혐의에도 “삼성 합병은 당시 증권사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였다”며 “헤지펀드의 공격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을 공격해서 (합병을) 무산시키면 국가적으로 큰 손해라는 생각으로 국민들도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20여개의 우리나라 증권사도 한두 군데 빼고는 다 (찬성)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저도 국민연금이 바로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며 “그러나 어디를 도와주라고 한 적은 없다. 나를 엮은 것”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인 김영재의원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실력이 있는데 덩치가 작아 기회를 못 갖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고 최씨의 연설문 수정과 관련해서는 “지인이 모든 걸 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대통령으로서 철학과 소신을 갖고 국정운영을 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 중 이 사람이 제일 잘할 수 있겠다 싶어서 (중용)한 것이다. 누구를 봐주고자 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며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놓고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