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에는 국내 법률시장의 문이 완전히 열린다.
경기 침체로 법무법인(로펌)업계 경쟁이 유례없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해외 로펌과의 무한 경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설상가상인 변호사 시장이지만 주요 로펌 대표 변호사들이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는 현실은 따로 있다. 바닥에 떨어진 법조계의 신뢰다. 대표변호사들은 법조계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단순히 법률시장 어려움을 넘어 국가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새해를 맞아 국내 주요 대형 로펌(김앤장, 태평양, 광장, 율촌, 화우) 대표변호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에서 2017년 법조계 최대 현안을 묻는 말에 대표변호사 5명 가운데 3명이 ‘법조계 신뢰 회복’을 꼽았다. 김재훈 광장 대표변호사와 김성진 태평양 대표변호사, 우창록 율촌 대표변호사다.
김성진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법조계가 더이상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법조계는 물론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 전체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위기감 때문”이라며 “새해 법조계는 신뢰를 회복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훈 광장 대표변호사는 “아무리 제도를 잘 만든다고 해도 결국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라며 “변호사나 로펌 스스로 정도(正道)를 가야 한다는 인식과 실천이 중요하다”며 법조인의 자기 성찰을 강조했다.
법조계 신뢰 회복을 새해 최대 현안으로 꼽지 않은 대표변호사도 문제의 심각함과 극복 의지는 다르지 않았다. 임승순 화우 대표변호사는 “지난해 정운호 사건 등 일부 변호사들이 연루된 사건으로 인해 변호사 업계가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았지만 역설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역시 변호사들이 나서야 한다”며 “이른바 비선 등 개인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를 확립하기 위해 변호사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3월로 예정된 미국 로펌을 대상으로 한 국내 법률시장 개방이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김재훈 대표변호사는 “지난해 해운, 조선, 철강산업 구조조정과 대통령 탄핵 등에 이어 올해도 금리 인상과 환율변동, 산업 구조조정 등 경제적 난제에 직면해 있다”며 “여기에 법률시장 개방도 예정돼 있어 경쟁 또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변호사는 “법률시장 침체와 이를 둘러싼 불투명한 국내외 경제상황이 2017년 로펌들이 맞게 될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재후 김앤장 대표변호사도 “2017년 대내외 불안 요소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당분간 기업 자문시장은 흐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들은 모두 시장 침체를 타개할 2017년 경쟁전략으로 ‘고객 중심 서비스’를 꼽았다. 김성진 대표변호사는 “고객 중심의 철학을 심도 있게 구현할 각오”라며 “구체적으로 대정부관계(GR) 솔루션그룹과 송무지원단을 특별히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 대표변호사는 “과거 주문 생산 방식이 공급자 수요창출 방식으로 진화했지만 다시 소비자 맞춤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며 “기본에 충실하되 고객 관점에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대표변호사들은 ‘2016년을 돌아보는 사자성어’에서도 법조계를 둘러싼 어려운 환경을 반영했다. 이 대표변호사는 멀리 보고 밝게 생각한다는 뜻의 시원유명(視遠惟明)을 꼽으면서 “법조계가 안팎으로 어려웠던 만큼 거시적인 관점에서 미래를 위한 고민이 필요했던 시기였다”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변호사는 우후지실(雨後地實·비온 뒤 땅이 굳는다)을, 우창록 율촌 대표변호사는 바깥 세상은 급격히 바뀌는데 우물 안 개구리가 작은 것을 놓고 다툰다는 뜻의 정저지(井底之蛙)와 와각지쟁(蝸角之爭)을 2016년의 사자성어로 제시했다.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를 내놓기도 했다. 김재훈 대표변호사는 “어두운 구름 밖으로 나오면 맑고 푸른 하늘이 나타나듯 현재의 고난을 극복하고 희망을 갖자”며 운외창천(雲外蒼天)을 제시했다. 김성진 대표변호사는 처음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 아름답다는 의미의 독초성미(篤初誠美)를 제시하면서 “법조 불신과 나라 혼란의 고리를 끊는 길은 첫발을 내딛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흥록·안현덕·노현섭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