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고강도 수사에 543조 기금운용 삐걱

기금운용위, 작년 7월 회의 이후 개최 못해
새해 기금운용 계획 세워야 하지만 차질
강면욱 간부회의 소집 "어려울 때 기본 충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과정을 둘러싼 특별검사팀의 고강도 수사가 이어지면서 543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통상 이맘 때면 지난 연말 기금운용을 평가하고 새해 기금운용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국민연금 이사장의 구속과 주요 실무자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로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 것이다.

2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해 30일 개최될 예정이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특검 조사와 문형표 이사장 구속 등으로 연기됐다. 기금위는 국민연금기금 운용·관리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위원장이며 당연직 위원과 사용자 · 근로자 · 지역가입자 대표 및 관계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통상 1년에 네 차례(2월, 5월, 6월, 12월) 열리는데 2016년도 기금운용성과를 평가한 지난 7월 회의를 마지막으로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 올 5월 회의 때 기금의 중장기(2018~2022년)자산배분계획을 심의·의결하려면 늦어도 1월 중에 기금위가 열려야 하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난 한해 액티브 자산 배분의 성과를 분석하고 새해 기금운용 계획에 대한 얼개를 그려 나가야 할 시점인데 특검 수사 등 여러 대외 요인 탓에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실제 특검은 문형표 이사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있던 시절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 의사결정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했다며 지난 연말 그를 구속했다. 특검은 기금운용과 관련한 복지부 연금정책국 실무 라인은 물론 당시 내부투자위원회에 참석했던 실장·팀장 등을 대상으로 고강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수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자리를 비운 상황 속에서 기금운용과 관련된 실무자들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다 보니 정상적인 업무가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 전주 이전을 앞두고 기금본부 핵심 운용역들의 이탈이 이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최근 NH투자증권 PE로 자리를 옮긴 양영식 운용전략실장을 비롯해 지난해 말까지 기금본부를 퇴사했거나 퇴사할 예정인 운용역은 약 30명에 달한다. 이번 특검 수사를 계기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강화를 골자로 한 법안이 제출되는 등 지배구조 구조 개편 논의가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점도 정상적인 업무를 저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CIO)은 공석인 운용전략실장에 이수철 대체투자실장을 전보 인사하고 김재범 기업투자팀장을 대체투자실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조직 다잡기에 나서고 있다. 강 본부장은 이날 시무식도 생략한 채 실·팀장 회의를 소집해 “어려운 여건일 수록 더욱 긴장하고 기본에 충실하자”고 강조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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