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탕평 이뤄야 산다

오현환 여론독자부장
한반도 둘러싼 국제정세 요동
여야·노사·좌우 마음의 벽 헐고
국가·민족 미래 위해 국민대통합
위기 직면 대한민국 살려내야



‘아시아인의 방위는 아시아인의 힘으로.’

지난 1969년 7월 달 탐사에 나섰던 아폴로11호의 귀환을 환영하기 위해 괌에 갔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독트린을 발표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간 극한의 미소 냉전대립으로부터 평화공존체제 이행의 출발이다.

월남을 헌신짝 버리듯 팽개치고 52만 미군을 철수했다. 유엔 상임이사국으로 있던 대만을 쫓아내고 중국을 앉혔으며 대만해협 일대에 배치한 미7함대를 철수하며 일본 해상자위대에 이 일대 자유민주세계의 방위를 맡겼다. 중국은 남쪽의 군대를 만주로 이동시켜 중소분쟁 대응에 나섰다. 당시 만주에 배치된 중국 군대는 55개 사단에 달했다. 소련도 서둘러 유럽에 배치했던 병력을 만주 대척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쩔쩔맸던 유럽에 숨통이 트였고 미국은 50만여명의 병력을 월남에서 뺐는데도 더 안정적인 세계 재균형을 이뤄냈다. 헨리 키신저의 작품인 이 사건은 ‘닉슨쇼크’라 불기도 한다. 국제정치학자들은 이때 형성된 세계질서가 9·11까지 이어진 것으로 본다. 이 역사적 사건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을 무너지게 했던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이 그때 손잡았던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러시아와 손잡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이 자본주의를 도입해 산업혁명을 이루고 패권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이다. 아시아 각국은 미군 주둔비용을 더 내든지, 아니면 핵무기를 허용하고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트럼프 쇼크다. 키신저가 이미 닉슨쇼크 정책을 휘두르던 당시 장차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소련과 손잡을 것이라는 예고처럼 역학관계가 실제로 그렇게 변했다.


다른 한편, 중국의 환율이 3년째 급등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4년 1월17일 달러당 6.04위안이던 환율이 3년간 추세적으로 올라 지난해 12월31일 6.94위안에까지 이르렀다. 근 10% 이상 절하됐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초 소로스 헤지펀드 등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1조달러가량 소진돼 3조달러선으로 떨어졌고 1위 자리도 일본에 내줬다. 2조8천억~4조2천억달러라는 중국의 적정외환보유액의 하한선 붕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최다 수출국인 중국이 외환위기를 겪는다면 한국에 엄청난 파고가 불 것이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은 중국을 적지 않게 몰아붙일 것이다. 산업화에 성공한 중국이 러시아와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장기간 엔고를 유지하도록 한 ‘플라자 합의’로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는 얘기가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일본은 미국의 엔저 용인으로 경제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한 일본의 군사적 역할확대는 가속도를 낼 것이다.

국제정세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거센 지각변동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강대국들의 대립이 고조될 때마다 소용돌이에 휘말려 고난을 겪었다. 강대국들은 자기들의 이해관계만으로 한반도를 짓밟았고 한반도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분할을 획책한 것도 수차례다. 경술국치, 분단, 6·25전쟁을 이어 어떤 미래가 우리의 응전을 요구하고 있을까.

오직 국가·민족의 미래만 염두에 둔 대탕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이 마음을 트고 대화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대신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 주기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이뤄내자. 우리는 IMF에 버금가는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가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좌파는 낡은 이념의 굴레에서 철저하게 벗어나야 한다. 공산주의는 이미 소련이나 중국에서부터 최근 개방에 나선 쿠바에 이르기까지 실패로 끝났음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발사가 마감단계에 이르렀다고 했지만 핵무기를 용인해주며 목숨을 구걸하고 살 수는 없다. 북한 내에 인권확산을 위한 노력은 쉼 없이 지속돼야 한다.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처럼 사상 유례없는 전체주의 정권을 용서하지 않는 것은 촛불정신에도 부합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