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지난해 말 경제공작회의에서 올해 경제정책의 화두를 온중구진(穩中求進, 안정 속 발전)으로 정하고 안정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강조했지만 안정을 발전보다 앞세우면서 사실상 금융시장과 외환위기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보고 있다. 중국 안팎의 주요 금융기관과 경제학자 사이에서는 중국 당국이 올 경제성장률을 오는 2020년까지 장기 경제성장률 목표구간으로 설정한 6.5~7%의 하한선 밑으로 떨어지는 것도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중국 지도부가 최근 수년간 급격히 커진 유동성 거품이 급격히 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 신중한 통화조절에 나설 수 있다면서 금융시장의 위험투자를 억제하고 위안화 환율 불안정을 막는 데도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올해 중국 당국의 경제정책에서 가장 큰 고민은 수년간 지속돼온 경기부양책으로 풀린 자금을 시장의 충격 없이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며 금융 당국자들이 올해 시장의 자금을 조절하는 등 통화 긴축에 나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기관은 물론 투기세력까지 넘쳐나는 저금리 자금을 바탕으로 부동산과 채권 투자에 나서 자칫 이를 방치할 경우 자산 버블 위험성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WSJ는 최근 국채금리 급등 등 채권시장 불안요인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금융기관의 위험투자 차단에도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달러화 가치 상승에 따른 위안화 절하 전망으로 중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지난해 말 15개월래 최고치인 3.4%까지 오르는 등 채권시장이 요동치자 정부 당국이 채권 등 금융시장의 무분별한 투자에도 메스를 댈 수 있다는 것이다.
커지고 있는 외환시장의 불안감도 중국 당국의 딜레마다. 위안화 환율은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7위안을 위협하고 있고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1월 3조515억달러로 지난 2011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3조달러 붕괴가 임박했다. 시장에서는 심리적 지지선인 두 지표의 붕괴 가능성에 중국 당국이 적지 않은 위기감을 느낀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새해 위안화 급변동을 우려해 자본통제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 2일 상하이일보 등 중국 현지매체에 따르면 중국 외환관리국(SAFE)은 새해 1인당 연간 달러 매입 한도를 전년과 동일한 5만달러로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달러 매입시 거래목적과 신청자 신원을 상세하게 파악하라고 시중은행들에 요구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새해 들어 급격한 외환유출을 우려해 개인의 연간 달러 환전 한도를 축소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블룸버그도 중국 외환당국이 1월부터 위안화를 매도하려는 개인에게 별도의 서류를 요구하고 은행에도 외환거래에 대한 정밀조사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중국 금융시장 안팎의 불안요인들을 살펴 위기관리에 주력할 가능성이 큰 만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도 지난해보다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 국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올해 중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성장률을 지난해(6.7% 예상)보다 낮은 6.5%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투자와 수출 부진 등 제약요인 탓에 올 중국 경제성장률이 6.4%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했고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는 6.3%로 전망했다. 보수적인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중국 성장률이 6.2%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 고문인 황이핑 베이징대 교수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부실기업 정리와 금융시장 구조개혁 등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좀 더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며 성장목표로 6~7%를 제안했다. 중국 치루자산관리의 리쉰레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의 중국 경제는 지난해보다 성장에 어려움을 많이 겪을 것”이라며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중국 당국이 장기목표로 내세운 6.5~7%의 성장목표 둔화를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