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사이언스] 공룡 부화하는데 조류보다 2배 이상 걸린다

몽골 고비사막에서 발견된 갓 부화한 프로토케라톱스 화석. /사진=뉴욕타임스
공룡 알이 부화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지금껏 ‘미스터리’였던 공룡 알의 부화 기간이 밝혀졌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캐나다 캘거리대 등 국제공동 연구진은 공룡 알 부화에 적어도 3개월에서 많게는 6개월이 걸리는 것을 확인했다고 3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을 보면 과학자들은 알에서 부화하기 직전의 공룡 배아 화석 두 종을 연구했다.


프로토케라톱스와 히파크로사우루스로 두 종 모두 백악기 후기인 7,600만 년전부터 7,100만 년전에 살았다. 프로토케라톱스는 몽골에서 발견된 양 정도 되는 크기로 네 발로 걸어 다니는 공룡이다. 과학자들은 컴퓨터단층촬영(CT)과 고해상도 현미경 등으로 공룡 배아 화석의 이빨을 관찰한 결과 부화기간이 83일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히파크로사우루스는 몸길이가 9m에 이르며 ‘오리 주둥이’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며 지금의 캐나다 앨버타에서 알을 낳았다. 알의 크기는 축구공 만했으며 부화기간이 적어도 171일이나 됐다.

나무가 자라며 나이테를 남기듯 동물의 이빨에는 자란 흔적이 ‘성장선’으로 남는다. 성장선은 하루에 한 개씩 생김으로 이를 세면 부화에 걸린 일 수를 알 수 있다.

그간 연구자들은 공룡의 알 크기와 새의 알 크기를 비교해 부화 기간을 추정해왔다. 이에 따르면 194g짜리 프로토케라톱스 알의 부화 기간은 40일, 4kg짜리 히파크로사우루스 알은 82일로 계산됐지만, 화석으로 연구한 결과 부화 기간이 추정치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류나 파충류 모두 부화 기간이 크기와 비례 해서 길어지기 때문에, 어떤 알은 부화하는데만 1년의 절반이 넘게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화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공룡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공룡은 알의 크기가 작아 부화기간이 짧았다. 부화 기간이 길어지면서, 공룡들은 몇 달 동안 발생할 홍수나 가뭄, 다른 포식자를 피해 안전한 둥지를 마련했을 것이다. 공룡들은 다른 동물처럼 빠르게 번식할 수 없었기 때문에 6,500만년전 대멸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대멸종으로부터 살아 남은 조류는 부화 기간이 짧았다.

연구를 주도한 플로리다 주립대의 그레고리 에릭슨 교수는 “부화 기간이 길어지면서 에너지를 낭비했다”면서 “가장 작은 공룡조차 알에서 깨어나 성장하는데 1년이나 소요됐다. 생존하는데 나쁜 카드를 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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