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초선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친박 핵심인 서청원 의원을 인적청산 ‘0순위’로 정조준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서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에 “6일까지 탈당하라”고 요구했지만, 특정 인물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아 왔다.
하지만 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 비대위원장은 작정한 듯 ‘서청원 의원’을 직접 거명했다. 서 의원은 전날 “인위적인 몰아내기는 안된다”며 소속 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 사실상 인 비대위원장의 ‘인적 청산’ 압박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인 비대위원장은 서 의원의 이 같은 서한 발송이 친박을 다시 결집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로 보고 있다. 그는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청산대상이) 스스로 타나나더라”며 계파모임을 주도하며 인적청산에 반기를 들어온 서 의원을 직접 겨냥했다.
더구나 서한을 통해 ‘인적청산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인 비대위원장을 모셨던 것인데, 되고 나서 딴소리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공개한 데 대해 인 비대위원장은 “서청원 의원이 (인적청산 압박에) 화가 많이 난 것 같다”며 “그러나 나에게 그렇게 무례하면 안 된다.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발끈했다. 감정의 골까지 깊어진 것이다.
서 의원이 “당원들의 동의와 정당한 절차없이 동지를 쫒아내는 것은 헌법적 가치인 ‘정당정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인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탄핵이 진행중이고, 박근혜 정부가 실패한 게 아니냐”며 “일본같으면 할복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뛰고, 대통령과 친하다고 ‘친박’이라고 불렸던 사람들이 이제는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이 정도의 염치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의원이 ‘떠나는 시기가 오면 자발적으로 당을 나가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자기가 무슨 임금이냐. 자기가 얘기하면 다 들어야 하냐”며 “과거에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당이 변하고 세상이 변했다. 그런 식으로 당을 운영했기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서 의원을 “악성종양의 핵”에 비유하며 “시간이 없어 급하게 수술을 해야 한다. 핵을 떼어 내지 않으면 당이 죽는다”고 말했다. 그는 “핵만 제거하면 악성종양은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박 핵심들이 죄가 없는 사람(의원)들까지 인질로 잡고서 ‘다음 번에는 당신이 (인적청산 대상에) 포함된다’며 겁을 주는 인질극을 벌이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인 비대위원장이 인적 청산 범위를 놓고 당내 논란이 확산되자 친박 핵심으로 타킷을 최소화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전날 탈당을 선언한 이정현 전 대표에 대해 “솔직히 내 머리속에는 없던 분”이라고 말했다. “언론에 친박 5적, 친박 8적 이란 얘기가 나오는데 나는 해당 의원이 누구인지도 모른다”며 “인적청산 대상이 10명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전혀 근거없다”고도 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 모두의 책임이지만, 책임의 무게는 다르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은연중에 “셋 중에 다 책임이 있지만, 경중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하는) 무게는 다르다”고 말했다. 3명은 친박 핵심인 서 의원과 최경환 의원, 이 전 대표 등으로 압축되는데, 그 중에서도 서 의원은 무조건 탈당시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인 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이 과거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지 않으면 어떤 얘기를 해도 믿지 마라”며 서 의원의 ‘숙청’에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서 의원측은 “인 비대위원장의 말씀은 성직자로서나 공당의 대표로서 금도를 벗어난 것”이라며 “부디 국가와 국민, 그리고 새누리당을 위하여 최소한의 품격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반응했다.
아울러 개혁보수신당에 대해서는 “신당의 많은 분이 금수저 물고 태어나 서민 보수라고 하는데, 서민 아픔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고 배고픔을 겪지 못한 사람들, 아버지 덕분에 잘 살아온 사람이고 지금도 부자인 사람들인데 ‘서민보수’라고 말하면 국민이 믿겠느냐”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영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기문 씨도 우리 당의 도덕적 기준에 맞아야 한다. 온다고 하더라도 검증할 것”이라며 “우리 당의 협력을 받지 않으면 아무 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 않느냐. 우리가 골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