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신병확보 어떻게...고민 깊어지는 특검

인터폴, 적색수배 발령 보류
강제 귀국 조치 근거확보 못해
鄭씨 소송 등 불복절차 밟으면
조속 송환 계획 차질 불가피
여권반납 명령, 자진귀국 압박

덴마크 올보르시에서 현지 경찰에 불법체류 혐의로 전격 체포된 정유라(오른쪽)씨가 2일(현지시간) 올보르 법원에서 예비심리를 마친 뒤 다시 구금되고 있다. /올보르 AP=연합뉴스
‘비선실세’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21)씨가 덴마크 현지 경찰에 체포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덴마크 법원이 긴급인도구속 결정을 내렸으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은 정씨에 대한 적색수배 발령을 보류했다. 덴마크 법원이 정한 기간 동안 정씨를 한곳에 묶어둘 수 있으나 강제로 귀국 조치해 체포할 근거는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그나마도 정씨가 소송을 제기하면 특검 기간 내 송환·체포를 장담하기 어렵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3일 브리핑에서 “덴마크 법원으로부터 정씨에 대한 긴급인도구속 결정을 받았다”며 “추후 범죄인 인도 절차를 거쳐 최대한 신속하게 소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씨에 대한 구금 기간은 오는 30일 오후9시까지로 4주 연장됐다. 긴급인도구속은 범죄인 인도에 앞서 구금상태를 일시 유지하는 ‘신병 확보’ 수단으로 특검은 이 기간 정씨가 도피하는 걸 막을 수 있다.

문제는 후속 절차다. 특검은 조만간 외교채널을 통해 정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씨가 송환 결정 재판에 대해 소송 등 불복 절차 밟으면 ‘가까운 시일 내 송환한다’는 특검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소송 등 현지 법적 대응으로 송환시기가 몇 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 자진 귀국이나 덴마크 정부의 강제 추방이 범죄인 인도절차보다 정씨를 빠르게 송환할 실질적인 방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특검보는 “현재 정씨에게 여권 반납 명령이 송달돼 원래 예정된 시기보다 빠른 10일 정도에 무효화할 전망”이라며 “여권 무효화에 대해 덴마크 정부는 강제 추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덴마크 당국이 정씨에 대해 강제 추방 결정을 내리면 일시·장소 등을 우리 정부와 협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특검은 그의 신병을 조속히 확보할 수 있다. 앞서 정씨가 즉시 석방을 조건으로 3일 내 자진 귀국 의사를 타진했으나 특검이 “범죄자와 협상이 어디 있느냐”라며 거절한 만큼 스스로 귀국할 가능성도 있다. 어린 아기를 둔 정씨가 범죄인 인도 재판을 하더라도 구금상태는 변함이 없다는 점도 그가 자진 귀국을 선택할 수 있는 근거로 꼽히고 있다.

이 특검보는 “아기와 함께 있는 정씨가 법적 대응보다는 자진 귀국을 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씨가 스스로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경우 덴마크 법원도 굳이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안현덕·진동영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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