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런던에서 태어나 첼시미술학교를 졸업한 고인은 1940년대 후반 화가로 활동하며 정치문화 학예지 ‘뉴스테이츠먼’에 미술비평 글을 싣기 시작하면서 미술비평가로 영역을 넓혔다.
미술을 사회와 연결해 해석하는 독특한 시각이 주목받았으며 1972년 출간한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는 미술 감상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미술 전공자들의 필독서로 손꼽힌다. 고인이 BBC방송에 출연해 한 강의를 바탕으로 한 이 책에서 버거는 그림 속 여성의 이미지로 성(性)에 대한 당대의 시각을 분석하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볼 것을 제안했다.
미술비평뿐 아니라 소설에도 재능이 있었던 그는 1958년 첫 소설 ‘우리 시대의 화가(A Painter of Our Time)’를 발표했으며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살았던 조반니라는 인물을 통해 당시 유럽 부르주아 문화의 속살을 들춰본 장편소설 ‘지(G)’로 1972년 영국의 권위 있는 부커상을 받았다. 수상 당시 그는 부커상을 후원하는 부커 매코널사가 카리브해 지역의 노역과 관계가 있음을 지적하며 상금의 절반을 흑인운동단체인 블랙팬서에 기부했고 나머지 절반으로 유럽 이민노동자에 관한 책 ‘제7의 인간(The Seventh Man)’을 출간했다.
시간과 공간에 관해 서술한 버거의 철학적 산문집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을 비롯해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예술과 혁명’ ‘다른 방식으로 보기’ ‘모든 것을 소중히 하라’ ‘벤투의 스케치북’ 등 다수의 책이 국내에서도 번역·출간됐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