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전체 육류담보대출 3,803억원 가운데 75%인 2,837억원이 연체됐다고 3일 밝혔다. 육류담보대출은 육류 유통업자가 창고에 보관한 고기를 담보로 금융회사에 돈을 빌리고 판매상에 고기를 처분한 후 대출금을 갚는 형태로 이뤄진다. 담보대출이지만 연금리는 4~8% 수준이어서 제2금융권 가운데 상당수가 이러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미트론이 일반적인 담보대출과 달리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부동산담보대출은 금융사에서 등기를 통해 저당권 설정 여부 등 제한물권 확인이 가능하나 미트론은 등기 설정이 없어 담보물이 얼마나 저당 잡혀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정부에서 동산담보대출도 등기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열어 놓았지만 미트론은 공업용 기계·차량과 같은 담보물과는 달리 식품이라는 특성상 유통기한이 3개월 미만으로 짧다. 유통기한이 짧다 보니 금융사와 대출 업체 모두 등기 설정과 말소의 불편함으로 인해 등기 제도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허점을 파고들어 대규모 미트론 사기 행각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대규모 미트론 사기 행각은 유통업자와 창고관리업자의 결탁, 금융사의 형식적인 담보물 확인이 관행적으로 이어지면서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지난 2013년 돼지고기 가격 폭락 당시 이미 이 같은 징후가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돼지고깃값이 폭락해 유통업자가 대규모 피해를 보면서 금융사 대출금을 갚기 위해 동일 담보물로 여러 금융사에서 돈을 빌려 돌려막기로 유지하다 결국 자금을 연체하며 이번에 사기 행각이 드러났다는 것.
구체적인 피해 규모 산출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동양생명 외에도 HK저축은행·효성캐피탈·한화저축은행·신한캐피탈·한국캐피탈·조은저축은행·새마을금고·세람저축은행·DGB캐피탈·전북은행 등 금융사가 10여 개 되는데다 CJ프레시안·포스코대우 등 육류 수입·소비 업체들도 자사 보유의 물량이 담보물로 사용돼 채권자에 이름을 올렸다. 미트론을 취급한 한 2금융권 관계자는 “채권자가 너무 많이 얽혀 있는데다 전국에 산재한 육류창고에서 얼마나 많은 고기들이 중복 담보물로 사용됐는지 파악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채권사가 10여 개 사에 달하는 만큼 법정소송도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일부 저축은행과 캐피털을 중심으로 채권단 구성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동양생명이 아직 참여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