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생생 대한민국을 향한 민생타운홀 미팅 행사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3일 ‘묘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생생 대한민국을 향한 민생타운홀 미팅’ 자리에서다. 토론 도중 박 시장은 “이재명 시장님 정말 성남시에서 잘하셨죠? 그러나 성남시는 기초자치단체라 광역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어) 안 될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 시장의 역량이 서울시장급인데 성남시에 갇혀 큰 일을 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그러니 서울시장 한번 하시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제가 (이재명 시장의) 서울시장 (당선을) 한번 밀고, 저는 대통령을 한 다음에 성남시장을 다시 한번 하고… 이번에는 (이재명 시장이) 저를 (대통령으로) 확실히 밀어달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 시장이 위트를 잘한다고 해 저도 위트를 해봤다”며 자칫 민감할 수 있는 대화가 한번 웃자고 해 본 ‘유머’에 불과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한 것이다. 하지만 두 명 다 야권의 잠재적인 대선주자라는 점에서 상당한 반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두 사람은 임기단축 개헌과 결선투표제 도입 등 현안마다 한목소리를 내면서 ‘비문(非文)연대’의 중심에 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계속해서 나왔다. 개헌과 결선투표제 도입은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대하고 있는 핵심 사안이다.
이 시장은 ‘팀플레이’ 발언으로 ‘반문연대’ 논란을 겪기도 했다. 이 시장은 작년 말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의 우산으로 제가 들어가야 한다. 다 합쳐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머슴들의 팀을 만들어야 한다”며 “서로 인정하고 역할 분담해 MVP가 누가될지 국민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표는 제일 앞서시니까 (함께할지) 얘기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 시장은 또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 형님과 함께 국민 승리의 길을 가겠다”고도 했다. 이 발언 이후 이 시장이 자신의 지지율을 토대로 ‘문재인 대 비문재인’ 구도를 형성해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친문계의 반발을 샀다. 실제 안희정 충남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는 밑지고 남고를 따져 이리저리 대보는 상업적 거래와 다르다”며 “안희정 박원순 김부겸 이재명이 한팀이 되려면 그에 걸맞은 대의명분을 우선 말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의명분 없는 합종연횡은 작은 정치이고 구태 정치”라고 꼬집었다.
이후 이 시장은 문 전 대표를 ‘동지’라고 지칭하며 ‘한 팀’임을 강조하면서 ‘비문연대’ 논란은 수그러들었지만, 이날 이날 토론회서 다시 박 시장과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박 시장이 “먹고사는 문제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밝히자 이 시장은 ‘민생연대’ 제안으로 화답한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지지율을 보면 차기 대권에 이 시장이 훨씬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서울경제신문이 여론조사업체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해 지난 3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이 시장은 11.5%이고, 박 시장은 3.2%로 나타났다. 1위는 문 전 대표(23.3%), 2위는 반 전 총장(22.7%)으로, 이 시장은 3위를 기록했다. 이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7.3%)보다도 높은 수치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