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어깨 너머 해가 뜬다
우리 맨 처음 입 맞출 때의
그 가슴 두근거림으로, 그 떨림으로
당신의 어깨 너머
첫닭이 운다
해가 떠서 닭이 우는 것이 아니다
닭이 울어서 해는 뜨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처음 눈 뜬 두려움 때문에
우리가 울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울었기 때문에
세계가 눈을 뜬 것이다
사랑하는 이여,
당신하고 나하고는
이 아침에 맨 먼저 일어나
더도 덜도 말고 냉수 한 사발 마시자
저 먼 동해 수평선이 아니라 일출봉이 아니라
냉수 사발 속에 뜨는 해를 보자
첫닭이 우는 소리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세상의 끝으로
울음소리 한번 내질러보자
정유년 닭띠 새해가 밝았다. 붉은 볏 달고, 날개를 지녔으나 두 발로 당당히 걷는 닭은 길조다. 홰를 쳐서 어둠을 쫓고 울어 새벽을 부른다. 말은 그래도 동이 터서 닭이 우는 줄 알았는데, 시인은 한사코 닭이 울어서 해가 뜬단다. 세계가 우리를 깨운 게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깨웠다는 것이다. 알 속의 새가 누군가 꺼내 주지 않아도 제 부리로 껍질을 깨고 나오듯이. 우리 모두 하인인 줄 알았는데 주인이라는 것이다. 조연인 줄 알았는데 주연이라는 것이다. 저마다 주인공이 되어서 새 날을 활짝 열어보자는 거다.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