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삼성그룹주 펀드가 최근 삼성전자(005930) 주가가 200만원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바닥 수익률에 허덕이고 있다. 일반 펀드 외에도 상장지수펀드(ETF)까지 자금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펀드는 50억원 미만의 자투리펀드로 전락해 존폐기로의 벼랑 끝에 몰렸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A)’는 1년 동안 2,446억원이 유출됐다. 이 펀드는 2004년 국내 최초의 그룹주 펀드로 한때 설정 규모가 4조원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한투신탁운용의 간판이자 효자상품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비슷한 상품을 출시한 동양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하이자산운용·IBK자산운용 등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삼성은 채권혼합형으로 출시한 ‘삼성퇴직연금삼성그룹주401’만 안정적인 수익률 방어에 성공했을 뿐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1(A)’의 성과는 부진해 순자산 규모가 1,000억원대에도 못 미친다.
삼성그룹주 펀드의 수난은 최근 편입 종목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신년 들어 180만원대를 뛰어넘은 삼성전자는 5년간 70% 올랐다. 전자의 지분을 보유한 생명 주가도 덩달아 40% 상승했다.
펀드매니저의 고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특정 펀드에 특정 종목을 10% 이상 투자할 수 없도록 한 ‘10%룰’을 완화했음에도 삼성전자 비중을 기술적으로 높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출렁이면 펀드의 변동성도 덩달아 출렁이는 탓이다. 펀드매니저가 삼성전자 편입 비중을 10%대로 유지하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운용사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석유화학·방위산업 부문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편하다 보니 담을 종목들이 한정됐다”며 “운용 구조와 전략을 쉽게 바꿀 수 없어 부진한 수익률을 만회하기도, 신규 자금을 모으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