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과도한 달러빚, 위안화 폭락 뇌관 될수도

항공·금융사 등 中 국영기업
달러부채 조기상환 움직임
중국내 자본유출도 크게 늘어
위안화 약세 초래 '악순환'

급증하는 중국 기업의 달러 부채가 위안화 약세를 부추기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 금융당국도 기업들의 외화부채 증가 추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국유기업이 보유한 달러 부채 일부를 위안화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중국 기업이 보유한 과도한 외화부채가 금융당국의 환율시장 개입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고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외화부채 상환 부담이 커진 항공사·금융사 등 주요 중국 국영기업들 사이에서는 달러 빚을 조기 상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 한해 동안 7%가량 떨어졌다.
WSJ는 기업들의 달러 부채 상환 추세가 중국 내 자본유출을 늘려 위안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쑹청 인민은행 통계조사국장은 “대부분의 중국 단기외채는 기업에 집중돼 있는데 위안화 가치 하락을 예상하는 기업들이 만기 전에 미리 빚을 갚으려고 달러 매수규모를 늘릴 수 있다”면서 “이 같은 흐름이 오히려 위안화 절하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외화부채 절반 이상을 미국 달러화 표시 부채로 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외화차입은 지난해 3·4분기 1조2,000억달러(1,458조원)를 기록해 전분기보다 477억달러(4%) 증가했다. WSJ는 달러 부채 증가의 38%가량은 국유은행들이 차지했고 중국 3대 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동방항공·남방항공 등 국영 항공사와 지방정부도 달러 부채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막대한 달러 부채가 외환시장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해 금융당국이 일시적으로 국유기업 보유 외화부채를 위안화로 바꾸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매체들은 금융당국이 이미 일부 국유기업에 외환을 팔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금융당국이 위안화 환율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미국 국채 보유량도 줄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1월 3조515억달러로 2011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3조달러를 위협하고 있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중국 당국이 현재의 위안화 가치를 5%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시장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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