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이 4일 공개훈련에서 타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을 위해 KO로 이기겠습니다.”
미국 종합격투기 UFC에서 한국 선수 최고 랭킹 기록을 갖고 있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30)이 돌아왔다. 정찬성은 4일 서울 강남역 인근의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훈련 공개 행사를 열고 UFC 복귀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다음달 5일(한국시간) 미국 휴스턴의 도요타센터에서 열릴 ‘UFC 파이트 나이트’에서 페더급 세계랭킹 8위의 데니스 버뮤데즈(31·미국)와 맞붙는다. 이 경기는 이날의 메인 매치로 벌어진다. 3년6개월의 공백 뒤 첫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메인 매치에 배정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UFC와 격투기 팬들은 정찬성의 복귀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찬성은 “옥타곤(8각 경기장)을 떠나 있는 동안 UFC 인기가 더 높아진 것 같다. 부담도 되지만 이겨내겠다”며 “공백기 동안 가정을 꾸리고 두 딸도 얻었다. 주변 사람들도 떠날 사람은 떠나고 이제 정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만 남았다. 그 사람들과 이기고 싶다. 아니, 이기겠다”고 힘줘 말했다.
정찬성은 지난 2013년 8월 페더급 세계 최강 조제 알도(브라질)와의 대결로 UFC 무대에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어깨 탈구 탓에 4라운드 만에 TKO패 하기는 했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한국인 첫 UFC 챔피언 탄생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인이 UFC 챔피언전에 나선 것도 정찬성이 유일하다. 특유의 맷집과 화려한 스타일로 ‘코리안 좀비’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세계 3위까지 올랐다가 어깨 재활과 병역 의무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후 지난해 10월 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 후 복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 미국 전지훈련에서는 라이트급 챔피언 출신의 벤 헨더슨과 약 한 달간 함께 먹고 자고 훈련하기도 했다. 정찬성은 “세계 챔피언이 되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생활을 해야 하는지 잘 보고 배웠다”고 했다.
복귀전 상대인 버뮤데즈는 데뷔 후 랭킹 상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는 전통의 강자다. 특히 레슬링 기술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스타일상 정찬성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찬성은 그러나 “경기 제의가 온 이상 피한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며 “어차피 UFC에 있는 선수들은 모두 강하다. 병역 의무 기간에도 저녁에 운동을 거르지 않았고 최근에는 3년여 전 챔피언전을 준비했던 운동량을 그대로 소화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2010년 UFC에 데뷔한 정찬성은 UFC 사상 처음으로 고난도 그라운드 기술인 ‘트위스트’로 승리하고 2011년에는 경기 시작 7초 만에 최단 시간 KO승을 거두는 등 화끈한 경기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그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이슈가 될 만한 기술을 많이 갖고 있다. 나도 내 경기가 기대된다”며 “경기의 재미는 버뮤데즈 선수에게 달렸다”고 했다.
/글·사진=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