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대출로 수천억원대의 부실이 우려되는 육류담보대출 사고와 관련, 동양생명이 다른 피해 금융기관들과 공동이 아닌 단독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출 규모가 가장 큰 동양생명이 중복 대출이 실행된 담보물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며 독자 조사 및 법적 대응을 결정함에 따라 이번 사건은 ‘동양생명 vs 중소 2금융업체 소송전’이라는 2라운드로 접어들게 됐다.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은 4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육류담보대출은 2007년부터 해오던 사업”이라며 “채권을 최대한 회수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동양생명이 보유한 육류담보대출 잔액은 3,803억원이며 연체금액은 2,837억원에 달한다. 이 중 상당액이 동양생명은 물론 저축은행·캐피털 등 10여 개 업체에서 중복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동양생명은 일각에서 다른 피해 금융기관과의 공동 대응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구 사장은 “동양생명 입장에서는 담보물이 우리 물건이기 때문에 다른 금융기관과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단독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자체적인 조사를 벌인 결과 대부분 담보 설정일이 동양생명이 가장 빠른 것으로 확인된 만큼 부동산담보대출처럼 선순위 채권이라는 개념은 적용되지 않더라도 법정에서 우선권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동양생명 측의 전망이다. 동양생명은 이를 위해 이미 소송을 위한 법정대리인으로 김앤장을 선정했고 일부 육류유통·냉장창고업체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한편 동양생명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채권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창고업자 또한 채권단끼리 합의를 해서 물건에 대한 회수를 요청하라는 입장인데 동양생명의 단독 대응으로 합의가 어려워졌다”며 “동양생명이 주장하는 것과 다르게 선순위가 아닐 수도 있는데 그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영현·이주원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