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젠, 호주서 '크리스퍼' 특허권 선점했다

등록예고 공지…사실상 확보
美선 MIT가 특허 차지했지만
UC버클리와 소송 결과따라
출원 빠른 툴젠에 유리할수도
암치료 등 크리스퍼 잠재력 커
상업화 땐 사용료 수입 막대할듯



바이오 산업의 판도를 바꿔놓을 기술로 꼽히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를 놓고 전 세계적인 특허 경쟁이 불붙은 가운데 한국 기업이 제약 강국 중 하나인 호주에서 특허권을 선점했다.

국내 크리스퍼 전문업체 툴젠은 자사의 특허가 호주 특허청으로부터 ‘등록 예고(acceptable)’ 공지를 받았다고 4일 밝혔다. 등록 예고는 일종의 ‘가(假)등록’으로 다른 업체들의 이의가 없으면 그대로 등록이 확정된다. 툴젠 관계자는 “경쟁사들을 제치고 호주에서 특허권 획득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뜻”이라며 “호주 특허청은 툴젠이 유전자 가위 교정 실례를 포함해 처음 특허를 출원한 점 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다만 이의신청 기간 동안 2건의 이의가 들어와 현재 추가 심사 중이다. 툴젠은 앞서 지난해 9월 한국에서도 크리스퍼 특허를 획득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원천 기술은 현재 툴젠을 비롯해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 와 UC버클리가 보유하고 있다. 이들 세 기관은 주요 국가에서 원천 기술 특허를 획득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특허권을 보유하면 향후 크리스퍼를 이용한 제품이 상업화됐을 때 특허 사용료로만 막대한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MIT가 미국과 영국에서 특허를 획득해 가장 앞서나갔으나 툴젠이 한국과 호주에서 특허권을 사실상 확보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다.

미국에서는 UC버클리가 “MIT 특허는 무효”라며 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현재 미국 소송에선 MIT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인데 이는 툴젠에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허권은 전 세계적으로 ‘선(先)출원주의’가 적용돼 같은 내용의 특허일 경우 먼저 출원한 기업이 특허권을 독식하는 구조다. 출원 시기는 UC버클리가 2012년 5월로 가장 빠르고 툴젠과 MIT가 각각 같은 해 10월, 12월로 뒤를 잇는다. 다만 MIT는 신속 심사 절차를 통해 미국에서 가장 빨리 특허를 차지했다. 그런데 UC버클리 특허는 툴젠과 MIT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물 진핵세포에서의 유전자 가위의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소송에서 MIT가 승리할 경우 UC버클리의 특허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공식화되고 크리스퍼 특허 경쟁도 3자 구도에서 툴젠-MIT 간 양자 구도로 재편될 확률이 높아진다. 양자 구도로 갈 경우 출원 시점이 빠른 툴젠이 MIT보다 유리하다. 김종문 툴젠 대표는 “미국 소송 결론이 나오면 승자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크리스퍼 특허 경쟁에서 승리해 시장을 선점하고 한국 기술력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특정 DNA를 잘라 교정하는 기술이다. 암, 에이즈, 각종 유전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고 특정 기능이 향상된 동식물을 만들 수 있어 폭발적인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 받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앤드마켓은 유전자 가위 기술 관련 시장이 오는 2021년 55억4,000만달러(6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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