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미니멀리즘, “대체 정체가 뭐냐? 넌!!!”
익숙한 풍경입니다.
!!!!!!(※주의 : 위 사진과 같은 방)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중요한 것을 위해 그 외의 것을 줄이는 일을 ‘미니멀리즘’, 이를 실천하는 사람을 ‘미니멀리스트’라고 한다.”미니멀리스트들의 필독서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위 사진 속 방 주인님이십니다)는 미니멀리즘과 미니멀리스트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실로 깔끔한 설명이네요!!!
저는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미니멀리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일본 미니멀리즘 열풍의 주역인 블로거 유루리 마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에 나온 장면인데요. 동일본 대지진으로 집이 무너져 간신히 생필품 몇 가지만 챙겨나온 주인공의 어머니가 혼잣말처럼 읊는 대사입니다. “정말로 필요한 건 이 정도구나…” 지금 방 안에 쌓여 있는 수많은 물건 가운데 날마다 사용하는 물건, 없으면 절대 안 되는 물건은 몇 개나 될까요?(그래도 올라프 인형만은 지키고 싶다잉~)
#_2017년 대세는 ‘미니멀리즘’
이 같은 정신(?)을 내세우는 미니멀리즘이 요즘 소비자들의 마음을 확실히 움직인 것 같습니다. 서경씨가 SK플래닛의 소셜 분석 시스템 빈즈(BINS)를 통해 최근 3년간 ‘미니멀리즘’에 대한 버즈(언급)를 분석해 보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답니다. 2014년 8,854건, 2015년 1만1,238건, 2016년 1만7,027건으로 거의 2배에 가까울 정도로 증가한 것이죠.
미니멀리즘의 급격한 확산에는 1인 가구의 확산과 전세난 등 우리나라의 사회상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1인 가구는 아무래도 공간이나 예산의 한정으로 물건을 무한정 사모으기가 쉽지 않겠지요. 전세 난민 역시 2년마다 이사를 가야 하는 불안한 상황에서 짐을 계속 늘린다면 불행하기도 이사 비용만 커질 겁니다. (저 역시 전셋집에서 만기를 반년이나 앞두고 쫓겨난 아픈 경험을 한 뒤 모든 물건이 ‘짐짝’으로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_-)
우리나라와 다르기는 하지만, 일본에서 먼저 미니멀리즘이 유행한 것도 사회적인 분위기가 작용했습니다. 바로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국가적인 재난입니다. 무너진 가구나 짐에 짓눌려 미처 도망치지 못하는 사람, 한평생 모아온 물건을 일순간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속출하며 ‘무조건 소유’에 대한 반성을 시작한 것입니다.
#_미니멀리스트도 포기할 수 없는 ‘취향’
“미니멀리스트가 늘어나면 내수 침체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요?”
미니멀리즘의 확산을 놓고 일각에서는 이런 우려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미니멀리스트들이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물건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가치 소비’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이 같은 성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미니멀’이라는 단어와 연관된 상품 키워드 순위를 보시죠.
읭? 우산?
디자인 콘셉트를 설명하는 용어로도 ‘미니멀’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액세서리나 의류, 가구류 등 예상 가능한 항목들도 많습니다만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아이템들이 보입니다. 2위에 오른 텐트, 3위 백패킹, 8위에 올라와 있는 타프(일종의 그늘막) 모두 캠핑 관련 단어들이네요. 과거 장비 싸움이 치열하던 캠핑 문화가 최근 들어 배낭 하나에 꼭 필요한 장비만 갖춰 가볍게 떠나는 ‘백패킹’으로 변화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입니다. 4위를 차지한 피규어도 눈에 띄네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지만 본인의 개성을 표현하고 취미생활을 포기할 수 없는 현 트렌드를 대변하고 있는 결과입니다. (엊그제 대형 책장 버렸는데 스톰 트루퍼 열쇠고리만큼은 못버린 1인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새해를 맞이해 대청소를 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미니멀리즘까진 어렵더라도 물건을 정리할 때 조금 더 과감하게 버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공간이 쾌적해지는 건 당연하고 과거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복잡하던 머릿속도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겁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