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기의 중기, 협동조합에 답 있다

이흥우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론은 분열되고 경제지표는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 정책과 인사의 시곗바늘은 멈춰 섰다. 해운이나 조선을 비롯한 부실업종 구조조정 등 경제 현안 해결도 중단됐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내수시장의 장기침체로 경영 상태는 그 어느 때보다 나빠진 상황이다. 곳곳에서 폐업이 속출하고 기업경영을 지속해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39.7%는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고 10곳 중 8곳 이상은 이 같은 경영위기 상황이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조속한 경기회복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위기극복을 위해 우리가 주목할 것이 있다. 바로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 당시 세계 금융시장의 연쇄적인 침체로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했지만 협동조합은 연대를 통해 기업들의 수평적 협업기회를 확대하고 기업 의견의 정부 전달을 통해 정책에 빠르게 반영해 위기를 안정적으로 대처해나갔다. 이탈리아 볼로냐의 약 8,000개 협동조합이 해고 없이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한 사례에서 협동조합이 위기 속에서도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강점은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중소기업협동조합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중소기업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생산원료를 공동 구매해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시장 수요변화에 따라 기업 간 공급을 조절함으로써 재고로 인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개별 중소기업이 추진하기 어려운 일들은 공동사업을 벌여 중소기업들이 협력함으로써 규모의 경제 효과가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도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역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내수는 여전히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그동안 경제를 견인해왔던 수출도 중국 등 주력 수출 시장의 경기둔화 속에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미국·아세안 등 해외시장에 집중하며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자본력과 해외진출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홀로 이 위기를 극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기업의 작은 규모 탓에 해외시장 진출의 어려움인 판로·인력 등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협동조합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한 예로 국수를 생산하는 A식품은 협동조합이 주최하는 시장개척단에 참가해 중국 상하이의 유력 바이어를 발굴해 수출을 600% 성장시켰고 간식용 두부과자를 생산하는 B업체 대표는 협동조합 시장개척단을 통해 처음으로 1만달러 규모 수출을 성사시킨 것처럼 사업체의 99%인 중소기업이 내수시장을 떠나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3개년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협동조합 육성을 통한 중소기업의 경제 위기 극복에 새로운 판을 짰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정책을 협동조합 운영·감독의 ‘관리’에서 조합을 통한 중소기업의 ‘육성’ 전략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협동조합의 운영기관인 중소기업중앙회도 협동조합이 중소기업들의 대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무역촉진단 파견사업’에 협동조합 스스로 해당 업종에 맞게 전시회를 기획·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 제공함으로써 협동조합을 통한 다양한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 침체에 국내의 정치적 이슈까지 겹쳐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주역이 돼야 한국 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한국 경제 재도약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흥우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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