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새벽 세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벤허'...
3년전 '프랑켄슈타인' 흥행후
인기 드라마·소설·영화 등
원작 소재 제작 새 트렌드 부상
최상의 재료는 준비됐다. 남은 것은 새로운 양념과 조리법으로 ‘명품 요리’를 만들어 내는 일 뿐. 유명 작품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 올 한해 잇따라 무대에 오르며 관객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기존 창작뮤지컬이 완전히 새로운 드라마와 노래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었다면 최근 1~2년에 걸쳐 관객 유인에 용이한 유명 원작을 바탕으로 뮤지컬을 만드는 방식이 부상하고 있다.
| 1990년대 ‘귀가 시계’라는 수식어가 붙을만큼 인기를 끈 드라마 ‘모래시계’가 올 하반기 뮤지컬로 만들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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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1995년 방영돼 시청률 50%를 넘기며 ‘귀가 시계’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인기를 끈 드라마 ‘모래시계’가 올 12월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최민수·박상원·고현정·이정재가 출연한 이 드라마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담아냈다. 제작사인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는 “하반기 충무아트센터 개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주요 연출진이나 배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장편 소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원작으로 만든 동명의 뮤지컬이 4월 개막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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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4월에는 인기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와 ‘메디슨카운티의 다리’가 창작 초연한다. ‘새벽 세시…’는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장편 소설로, 만난 적 없는 남녀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로맨스 물이다. ‘메디슨카운티…’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동명 영화로도 유명하다. 시골의 평범한 주부와 마을을 찾은 사진작가의 운명적인 사랑을 담는다.
| 세기의 명화 ‘벤허’(위)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도 창작뮤지컬로 재탄생해 관객과 만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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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는 소설 ‘벤허 :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탄생한 세기의 명화 ‘벤허’, 11월엔 셰익스피어의 명작이자 불멸의 고전 ‘햄릿’의 뮤지컬 버전이 공개된다. 또 광화문 연가·가로수 그늘 아래서면·붉은 노을 등을 남긴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으로 구성한 ‘광화문 연가’가 12월 공개된다.
창작뮤지컬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인기 원작을 소재 삼는 제작방식은 최근 1~2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상대적으로 고가인 뮤지컬의 경우 관객 입장에서 전혀 모르는 이야기에 지갑을 여는 것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2014년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흥행 이후 대중에게 익숙한 원작을 녹여 관객에게 친숙하게 다가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연 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 같은 변화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기존에는 해외 유명 대작을 들여와 스타 캐스팅을 통해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는 것이 뮤지컬 시장의 생존 방식이었다. 반면 언제부턴가 ‘대형 라이선스 작품 수익은 해외 원작자와 유명 배우만 가져갈 뿐 출혈만 크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이에 더해 젊은 감각의 아티스트와 창의적인 시도가 늘어나며 새로운 방식의 창작뮤지컬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명 원작은 초기 홍보에는 약이 될 수 있지만, 자칫 ‘넘어설 수 없는 비교 대상’이 되어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원 교수는 “원작을 무대 문법에 맞춰 가공하는 것이 작품에 새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며 “원작을 무대에 재현하는 데 그친다면 굳이 관객이 돈 주고 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