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개운찮은 한미 오너 일가의 주식거래

양철민 바이오헬스부 기자

4일 저녁. 한 포털사이트의 한미사이언스 주주 게시판은 또다시 토론으로 달아올랐다. 이날 오후5시35분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주식 17만주를 자회사인 한미메디케어에 103억8,700만원을 받고 지난달 29일 장외매도했다는 사실이 공시됐기 때문이다.

대주주가 회사 주식을 매도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악재로 분류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한미메디케어의 대주주는 지분 82.55%를 갖고 있는 한미IT로 이 회사는 임 회장 자녀들이 보유한 가족회사다. 이 때문에 임 회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주가가 쌀 때 자식들에게 증여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등 관련 게시판이 시끄러웠다.


실제 지난달 29일은 한미약품과 사노피 간 계약 조건 변경으로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하루 만에 11.3% 떨어진 날이다. 공교롭게도 닷새 뒤인 지난 3일에는 한미사이언스 측이 무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주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미사이언스가 지난 10여년 동안 매해 12월에 발표하던 무상증자 계획을 올해는 신년 초에 내놓았다는 점 때문에 임 회장이 주식을 싼값에 넘길 수 있게끔 타이밍을 조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는 최근 10여년 동안의 무상증자 중 규모가 가장 컸다는 점에서 주가에 확실한 호재였다. 이 덕분에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5일 하루 6만원대를 회복하며 지난달 29일 종가인 6만1,100원대를 조만간 뛰어넘을 기세다. 한미약품 측은 “임 회장이 세금 문제 등 개인용도의 자금이 필요해 주식을 매도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임 회장의 치밀한 주가관리 역량은 업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한미약품이 이른바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리기 수년 전부터 손자·손녀들에게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수차례 증여한 것이 대표 사례다.

임 회장은 올 초 직원들에게 ‘신뢰경영’을 강조했지만 주주들은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임 회장의 주식 처분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지만 개운하지 못한 뒷맛을 남기는 이유를 한미 측은 되돌아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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