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가 회사 주식을 매도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악재로 분류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한미메디케어의 대주주는 지분 82.55%를 갖고 있는 한미IT로 이 회사는 임 회장 자녀들이 보유한 가족회사다. 이 때문에 임 회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주가가 쌀 때 자식들에게 증여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등 관련 게시판이 시끄러웠다.
실제 지난달 29일은 한미약품과 사노피 간 계약 조건 변경으로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하루 만에 11.3% 떨어진 날이다. 공교롭게도 닷새 뒤인 지난 3일에는 한미사이언스 측이 무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주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미사이언스가 지난 10여년 동안 매해 12월에 발표하던 무상증자 계획을 올해는 신년 초에 내놓았다는 점 때문에 임 회장이 주식을 싼값에 넘길 수 있게끔 타이밍을 조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는 최근 10여년 동안의 무상증자 중 규모가 가장 컸다는 점에서 주가에 확실한 호재였다. 이 덕분에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5일 하루 6만원대를 회복하며 지난달 29일 종가인 6만1,100원대를 조만간 뛰어넘을 기세다. 한미약품 측은 “임 회장이 세금 문제 등 개인용도의 자금이 필요해 주식을 매도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임 회장의 치밀한 주가관리 역량은 업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한미약품이 이른바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리기 수년 전부터 손자·손녀들에게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수차례 증여한 것이 대표 사례다.
임 회장은 올 초 직원들에게 ‘신뢰경영’을 강조했지만 주주들은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임 회장의 주식 처분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지만 개운하지 못한 뒷맛을 남기는 이유를 한미 측은 되돌아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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