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뒤늦게 양도담보대출 현황파악 나서

2금융권 사기피해 커지자 분주
"안전장치 마련 않더니..." 지적
주택담보대출 파악에만 치중
양도담보대출 안전망 못 마련해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태로 동양생명 등 2금융권에 수천억 원의 손실이 예상되자 금융감독원이 뒤늦게 제2금융권의 양도담보대출 현황 파악에 돌입했다. 2금융권은 육류 외에 수산물·축산물 등 유통기간이 짧고 유동성이 큰 양도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있어 상당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에서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리스크가 큰 제2금융권의 양도담보대출에 대한 현황 파악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해 위험성을 키웠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생명 3,803억원을 포함해 2금융권의 육류담보대출 취급액이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금감원이 캐피털·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양도담보대출 현황 파악에 나섰다. 이번 육류담보대출 사기는 육류유통업자가 창고보관업자와 결탁한 뒤 동일 담보물로 여러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탓에 금융사 간 담보물 소유권 분쟁으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서는 2금융권 업체들이 육류뿐만 아니라 수산물·축산물 등도 담보대출로 취급하고 있어 육류담보대출과 같은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고 보고 있다. 부산에 기반을 둔 한 저축은행은 전체 여신의 10~15%가량이 수산물담보대출이다. 이 저축은행은 해당 대출의 연체율이 ‘제로(0)’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육류담보대출처럼 창고보관업자와 수산물유통업자가 결탁할 경우 같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서울에 기반을 둔 한 캐피털사는 축산물 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있는데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실제 지난 2014년께 의류를 담보로 한 대출에서 제2금융권은 상당한 손실을 보고 현재 대다수 취급을 중단한 상황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 12%의 수익을 거둘 수 있어 의류담보대출을 취급했는데 의류의 시가 변동성이 크고 대출 부실 우려가 높아 일부 손실을 보고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양도담보대출은 금융당국이 2012~2013년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동산담보대출과 다른 형태이다. 동산담보대출은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반면 양도담보대출은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손실이 발생할 경우 법원 판결을 따라야 한다. 또 동산담보대출은 등기가 의무화돼 있어 이중담보 계약을 체결할 위험성이 적은 반면 양도담보대출은 등기가 필수조건이 아니다. 이 때문에 육류유통업체가 동일한 담보물을 갖고 동양생명 등 제2금융권을 대상으로 중복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양도담보대출과 관련 제2금융권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에 집중하면서 양도담보대출 등 리스크가 큰 대출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이 금융사들의 견해이다. 2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동산 담보물을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리스크가 큰 상품에 대해 금융 당국의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도 위험성을 키운 원인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강동효·이주원기자 kdhyo@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