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나프타분해시설(NCC) 라인 증설에 나설 예정인 공장 내 유휴부지 전경. 롯데케미칼은 이같은 자투리 부지 6곳을 모두 끌어 모아 에틸렌 생산능력을 연간 20만톤 늘릴 예정이다. /여수=서일범기자
지난 4일 오후 전남 여수 롯데케미칼 1공장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나프타분해시설(NCC) 컨트롤타워에 들어서자 ‘웅’하는 이명이 울렸다. 엔지니어들이 상주하며 24시간 공정을 점검하는 이곳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외부 유독가스가 내부로 흘러들지 않도록 바깥보다 기압이 높은 양압(陽壓)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물 내부에 들어서자 귀가 달라진 압력을 감지하고 이상 현상을 보인 것이다.
컨트롤타워 운영 담당자인 이재균 리더는 “롯데케미칼 여수 NCC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지난 2008년 이후 단 한 번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풀가동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4,000일 연속 무중단 가동 세계 신기록을 쓴 것도 롯데케미칼만의 노하우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컨트롤타워를 나서 생산라인 쪽으로 향하자 설계도면을 펼쳐 든 국내 주요 건설사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3,000억원을 들여 에틸렌 생산능력을 연간 20만톤 늘리는 NCC 증설투자에 나서겠다고 발표하자 건설사 엔지니어들이 일감을 따내기 위해 모여든 것이다. 롯데케미칼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에틸렌 수요가 증가해 시설을 더 늘리고 싶어도 증설부지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는 이번 NCC 증설에서 기존 설비 주변 자투리땅 6곳을 총동원했다.
기존 생산라인에 파이프를 덧붙여 생산규모를 늘리는 증설공사는 공장 신설보다 난도가 더 높아 고도의 운영 노하우가 있어야 엄두를 낼 수 있다는 게 유화업계의 평가다.
2016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롯데케미칼이 올해 다시 한번 신기록 작성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는 그룹 내부에 악재가 겹쳐 투자에 다소 차질을 빚었지만 올해는 과감한 투자에 나서 국내 1위, 세계 7위 글로벌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게 회사 임직원들의 각오다.
허수영(사진) 롯데케미칼 사장은 이날 오전 여수 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에게 “라인 증설 같은 신규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고 안전 문제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사장은 평소에도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시불가실(時不可失)’의 정신으로 움츠리지 말고 과감하게 선제적으로 투자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독려해왔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 이어지는 투자가 완료되면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2016년 말 현재 321만톤에서 오는 2018년 450만톤으로 늘어 세계 7위 수준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다수 석유화학 제품의 글로벌 신증설 규모가 수요 증가를 밑돌고 있어 롯데케미칼의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어난 3조2,31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의 감산 합의 이후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불안요소로 꼽힌다. 롯데케미칼 국내 공장은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를 원료로 에틸렌을 생산해 유가 오름세에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료 및 시장 다변화를 통해 외부 변수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