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강퉁 시작 1개월. 크게 주목받는 종목 중 하나인 하이크비전(海康威視·해강위시) 방문을 신청했을 때 돌아온 “화창베이에서 만나 이동하자”는 답이 이해가 됐다. CCTV 중국 1위에서 세계 1위로 성장하고 있는 하이크비전의 과거와 현재·미래가 화창베이에 있다. 쉬 주임은 “선강퉁을 전후해 회사 방문으로 업무를 못 볼 정도”라며 “주가관리보다 기술개발과 시장확대가 먼저”라고 말했다. 하이크비전의 시가총액은 1,551만9,200만위안 (약 26조3,811억원)으로 코스피 시총 4위인 한국전력(27조7,328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해 12월5일 선강퉁 시행 첫날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 하지만 주가는 예상 밖의 움직임을 보였다. 선강퉁 시행 이틀째인 12월6일 25.64위안까지 올랐던 주가는 23위안으로 떨어졌다. 첸원자오 자오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전증시는 성장성에 투자하는 시장”이라며 “하이크비전 주가도 3개월, 6개월이 아니라 3년, 5년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전증시는 중국 스타트업굴기의 상징이자 결정체로 불리지만 세계 제1의 전기자동차 메이커 비야디(BYD)를 비롯해 도시바를 인수한 메이디 등 거대기업도 즐비하다. 1,871개 기업이 상장된 가운데 메인보드 478개, 중소기업판 822개, 창업판 571개 기업으로 나뉘어 있다. 중소기업판과 창업판 기업들은 제2의 비야디와 메이디를 꿈꾼다. ‘아이언맨 슈트’의 상용화로 유명한 광치과학기술도 창업판의 인큐베이팅으로 출발했다. 지난 2010년 20대 유학생 5명이 25만위안(약 4,3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광치과학기술은 이듬해 선전시 기업들로부터 3,000만위안(약 51억원)의 투자를 받은 후 6년간 3,800개 우주공학 특허를 취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2년 취임 후 첫 방문기업으로 이 회사를 선택했다.
중국의 미래에 투자하는 선강퉁의 초기 흥행실패는 제도적인 문제보다 불확실성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 시장, 특히 선전증시에 여전히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12월28일 모건스탠리는 18개월 만에 처음 중국 주식시장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높였다. 씨티그룹도 긍정적인 상승을 전망했다. 위안화 하락, 자본유출 조짐, 여기에 신용 리스크까지 더해지는 상황에서 의외의 전망이다. 조너선 거너 모건스탠리 수석전략가는 “답은 기업가치에 있다”며 “홍콩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기업의 평균 밸류에이션은 8배 내외로 MSCI 아시아태평양 증시의 수치인 15배의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은 중국 리스크가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분석했다. 제이슨 순 씨티그룹 아시아투자전략가는 보고서에서 “금융 시스템 리스크와 부동산 규제 강화에 따른 경기하강 리스크가 실제보다 과장된 측면이 크다”며 “경제개혁의 긍정적인 부분이 과소평가됐다”고 말했다. 이미 노출된 구조적 리스크는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중국증시에 기대를 거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선강퉁의 고향 선전이다. 카피캣(모조품)의 고향으로 알려진 선전을 글로벌 기업들이 꺼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난해 말 기준 선전에는 글로벌 제조업체의 800개 생산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최소 10개에서 1만 개의 제품 주문이 가능한 시드스튜디오, 세계적인 하드웨어 스타트업 전문 컨설팅 업체인 헥셀러레이터와 하이웨이1, 창업공간인 3W카페 등은 왜 선전증시가 스타트업의 산실이고 중국의 나스닥시장인지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박은균 KOTRA 선전무역관장은 “중국인들이 선택한 투자처가 스타트업이고 스타트업이 거래되는 곳이 선전”이라고 말했다. /선전=김현수기자 hs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