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어닝 서프라이즈] 반도체서만 4.7조 이익...'갤S8' 성공 땐 상반기 25조 가능

디스플레이 1.3조·생활가전 7,000억 '버팀목'
D램 등 호황·패널값도 상승...실적전망 장밋빛



삼성전자가 반도체 실적개선에 힘입어 지난해 4·4분기에 9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생산 라인 직원이 생산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6일 오전 서울 서초 삼성 딜라이트에서 고객들이 전시된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4·4분기 호실적은 반도체 부문의 선전 외에도 ‘갤럭시노트7’의 단종 사태를 ‘갤럭시S7’이 상당 부분 메워준 데 따른 것이다. /송은석기자
외풍(外風)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은 9조2,000억원에 달했다. 2013년 3·4분기 역대 최고인 10조1,600억원 이후 무려 13분기 만에 9조원대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갤럭시노트7 발화·단종으로 3·4분기에 4조원의 손실을 감내해야 했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경영전략 수립에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V자’ 반등에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이 같은 호실적을 기록한 것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DS) 사업이 호조를 보였고 갤노트7 단종으로 지난해 3·4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까지 떨어졌던 스마트폰 사업도 정상궤도에 진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1·4분기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의 가격 상승세 지속, 스마트폰 호조,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 등에 힘입어 1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는 4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S8이 좋은 반응을 얻을 경우 올해 상반기에 25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적개선 이끈 ‘반도체의 힘’=어닝서프라이즈의 일등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지난 4·4분기 반도체 사업부문은 4조7,000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어 스마트폰(IM) 2조5,000억원, 디스플레이 1조3,000억원, 소비자가전(CE) 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당초 8조원대 후반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9조원을 상회해 사실 우리도 깜짝 놀랐다”며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반도체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반도체 이익은 1·4분기 2조6,300억원, 2·4분기 2조6,400억원, 3·4분기 3조3,700억원으로 증가했고 4·4분기에는 5조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냈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15년 3·4분기의 3조6,600억원을 가뿐히 넘어선 것이다.


D램·낸드플래시 등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PC나 스마트폰에서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D램 가격은 최근 2개월 사이에 40%가량 급등했고 정보통신(IT) 기기의 핵심 저장장치로 사용되는 낸드플래시 가격도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35%나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D램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개사가 과점형태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늘어나는 공급주문을 수요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낸드플래시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차량용 반도체 등에 대한 수요로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시황은 올해가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1·4분기는 비수기이지만 반도체 가격상승을 예상한 완제품 업체들이 메모리반도체 재고를 축적하게 될 것”이라며 “PC용 D램과 서버용 D램 가격은 각각 30%, 20%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차세대 대용량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급증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 생산 규모도 올 한 해 동안 9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호황’에 대응하기 위해 15조원을 투입해 건설하고 있는 평택 공장에서 상반기 안에 추가로 낸드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디스플레이와 생활가전도 굳건한 버팀목=4·4분기 호실적은 반도체가 이끌고 디스플레이와 생활가전이 뒤에서 밀어줬기에 가능했다.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은 타이트한 수급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애플이 차기작 아이폰8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는 등 OLED 시장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4분기 2,650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2·4분기 1,370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3·4분기에는 1조19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4·4분기에도 1조3,000억원대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패널 시황 개선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5조원 이상의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라인 증설 등에 6조4,000억원가량을 투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중소형(스마트폰용) OLED 시장의 98%를 장악하고 있는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OLED 채택을 크게 늘리고 있어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초 애플과 대규모 플렉시블 OLED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전용공장인 A3공장을 단계적으로 증설하고 있다. 현재 6세대 원판 기준 월 1만5,000장인 A3 공장 생산량을 수년 내 3~4차례 증설해 12만장 규모로 늘릴 방침이다. 올해 상황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샤프가 삼성전자와 중국 하이센스에 공급했던 LCD 패널을 더 이상 공급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글로벌 TV패널 시장에서 연쇄적인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TV·세탁기·냉장고 등 생활가전 영업이익도 안정적이다. 지난해 1·4분기 5,130억원, 2·4분기 1조300억원, 3·4분기 7,700억원을 나타냈고 4·4분기에도 7,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정명기자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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