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자선사업의 제임스 본드’로 불렸던 찰스 F 피니(85·사진). 그는 지난해 말 700만달러(약 83억원)를 대학에 기부함으로써 마지막 재산의 사회 환원을 마쳤다.
뉴욕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피니가 모교인 코넬대에 학생들의 지역사회 봉사 후원금을 내놓았으며 ‘살아 있을 때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한 그의 소원도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피니는 1982년부터 익명으로 기부활동을 해왔으며 지금까지 약 9조5,000억원의 개인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익명을 고집한 그의 기부활동이 외부로 알려진 것은 그의 사업체가 분규에 휘말리면서 회계 장부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장부 조사 과정에서 엄청난 기부 명세가 드러난 것이다.
아일랜드계인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공항면세점 체인을 설립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1984년 면세점 체인 지분 38.75%를 포함해 전 재산을 자신이 설립한 ‘애틀랜틱재단’에 넘겼다. 재단 재산은 그가 투자한 페이스북·알리바바 등 신생 정보기술(IT)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크게 불어났다.
피니는 평생 기부에도 약 5년 전인 81세 때 남은 재산이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하자 이를 2016년까지 모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기부로 그는 공식적으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거액을 다룰 때는 항상 불안하다. 그렇지만 그 일을 꽤 잘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임대아파트에서 부인과 함께 사는 그는 호화 생활과 거리가 멀다. 여행할 때 버스를 타고 비닐 가방에는 항상 책 한 권을 넣고 다닌다. 뉴욕에 살 때는 맨해튼 변두리의 허름한 식당에서 햄버거를 즐겼다.
피니의 기부금 중 27억달러(약 3조2,000억원)는 5개 대륙 1,000여개 기관에 전달됐지만 이 중 어느 곳도 벽이나 명예의 전당에 그의 이름을 새기지 않았다. 그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업체 운영으로 벌어들인 수익금 중 운영자금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돈을 대학·병원·사회단체 등에 보냈다. 1990년에는 북아일랜드 독립운동 단체인 신페인당에 기부했는데 무장투쟁을 접고 선거 정치를 수용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베트남에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치료기금을 보냈으며 건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를 바란다며 개발도상국의 젊은 지도자들을 성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